올해 12월 31일 새벽 4시에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이 종료된다.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이란, '방송 신호를 주파수에 실어 나르는 기술을 이용해 제공되는 지상파 채널'이다. 쉽게 말하자면 예전부터 브라운관 TV를 통해 봐왔던 채널이다. 브라운관 TV에서 화면이 지지직 하고 흔들리면서 나왔던 KBS1·2, MBC, SBS, EBS 등 5개 채널이다.

아날로그 방송의 대체 기술은 디지털 방송이다. 디지털 방송은 방송 화면을 '0'과 '1'의 디지털 정보로 바꿔 인터넷 신호처럼 보내는 기술이다. 전송이 안 되면 아예 화면이 검게 나올지언정, 지지직거리면서 화면이 일그러져 나오는 경우는 없다. 전송이 되면 아날로그보다 5배 정도 깨끗한 화면이 나온다. PC에서 동영상을 다운로드받을 때 접속 불량이 되면 아예 동영상을 못 보고, 접속 상태가 좋을 때는 깨끗한 화질인 것과 같다.

그럼, 올 연말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면 어떻게 될까. 갑자기 지상파 채널을 전국에서 못 보는 방송 대란이 벌어질까. 그렇지 않다. 각 가정이 보유한 TV와 시청 형태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보유한 TV가 아날로그TV냐, 디지털TV냐에 따라 다르다. 브라운관 TV는 거의 다 아날로그 TV라고 보면 99% 맞다. LCD TV·LED TV·PDP TV는 디지털TV다.

문제는 브라운관 TV를 보유한 가정이다. 브라운관 TV는 디지털 방송 신호를 잡지 못한다. 아날로그 지상파가 종료되면 그날부터 지상파 5개 채널이 먹통이 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올해 말부터 모든 브라운관 TV 보유 가구가 지상파 5개 채널을 못 본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국내 10가구 가운데 약 9가구는 케이블방송이나 위성방송·인터넷TV(IPTV)와 같은 유료방송 업체에 돈을 내고 방송을 본다. 이들 가구는 걱정 없다. 디지털 방송이 종료돼도, 유료방송 업체에서 방송 신호를 변환해 아날로그TV로도 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브라운관TV를 보유하면서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문제다. 직접 수신이란 실내외 안테나로 지상파를 무료로 시청하는 것을 말한다. 아파트 거주자의 경우 집 벽에 있는 동그란 방송 단자에 TV 안테나 선을 연결해 보는 것이다. 이 방송 단자는 아파트 옥상의 커다란 안테나와 연결돼 있어, 여기서 지상파 방송을 수신해 전달해 준다. 이런 가정의 경우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면, TV가 아예 안 나온다.

이 경우 해결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돈을 내고 유료 방송에 가입하면 된다. 하지만 이건 추가로 돈을 내야 해 거부감이 있다. 둘째,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안테나와 디지털방송 신호를 아날로그로 바꿔주는 '디지털 컨버터'를 구매하는 것이다. 예컨대 아날로그 방송이 없어졌으니, 대신 디지털 방송을 안테나로 잡아서 이것을 다시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준 뒤, 브라운관 TV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브라운관TV를 보유한 가정은 대부분 저소득층인 경우가 많다.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컨버터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가까운 읍·면·동주민센터에 가서 신청하면 된다. 일반 가구의 경우 우체국에 가서 2만원 내면 나머지는 정부 부담으로 디지털 컨버터를 제공한다.

디지털TV를 보유한 가정은 걱정이 덜하다. KBS·MBC·SBS는 현재 아날로그 방송과 디지털 방송을 동시에 내보내고 있다.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해도,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면 된다. 디지털TV를 보유하고 유료방송에 가입한 가구는 아날로그 종료와 상관없다. 어차피 유료방송업체에서 디지털 신호를 유선망이나 위성망으로 보내줘, TV를 시청하는 형태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삼성전자는 올 초 꿈의 디스플레이 소재로 불리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사용한 55인치 디지털 TV를 선보였다. 이 TV에서 선명한 영상을 보려면 방송국에서 아날로그 방송 대신 디지털 방송 신호를 내보내야 한다.

우려되는 대목은 역시 직접 시청 가구다. 앞서 말한 10가구 중 1가구의 경우다. 이론적으론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면, 자연스럽게 디지털TV에서 디지털방송을 직접 수신하면 된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디지털방송 난시청의 우려가 있다. 직접 수신하는 소비자들은 "우리 집은 디지털TV이니, 지상파의 디지털방송을 보고 있다"고 믿지만, 일부는 아날로그 방송을 수신하는 경우가 있다.

디지털TV는 디지털방송과 아날로그 방송을 모두 수신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안테나가 아날로그 방식이라서 디지털 방송 신호를 못 잡거나, 지역에 따라 디지털 방송 신호가 난시청일 수 있다.

이런 가구는 지금 TV 채널을 돌려서 확인해 봐야 한다. 만약 MBC 채널이 하나는 화질이 안 좋은 아날로그, 또 하나는 화질 좋은 디지털 채널로 두 개가 잡히면 괜찮다. 아날로그 MBC와 디지털 MBC가 모두 수신되고 있으니, 아날로그 MBC가 올해 말 종료되면 디지털 MBC를 보면 된다. MBC 채널이 한 번만 나오면 십중팔구는 아날로그만 시청하고 있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디지털 안테나를 구매해 새롭게 디지털 방송을 잡아야 한다.

해외에선 미국과 일본 등이 이미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했지만 큰 사회적 혼란은 없었다. 상당수 소비자들이 유료방송에 가입해 있어,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 종료에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지상파의 아날로그 방송 종료와 관련해, 일부러 오해의 소지를 일으키는 광고나 마케팅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업체다. 이들은 지상파를 무료로 보는 시청자에게 "올 연말이면 지상파가 끊기니, 계속 지상파를 시청하려면 돈을 내고 유료방송에 가입하라"고 권유한다. 이는 거짓이다. 디지털 안테나나 디지털 컨버터를 통해 무료로 지상파를 보는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디지털 안테나와 디지털 컨버터만 사면 만사 오케이"란 내용의 홍보 방송을 연일 내보내는데, 이 또한 정확한 것은 아니다. 현재 디지털 방송의 난시청 지역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다. 디지털 난시청 지역에 있는 소비자는 디지털 안테나나 디지털 컨버터를 구비하더라도 무료 지상파 시청은 불가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