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서태지가 2002년 매입해 최근까지 사무실 겸 주택으로 사용했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물을 이달 초 임대 시장에 내놓았다. 오피스업계 관계자는 8일 “몇 년 전 산 종로구 평창동 주택으로 이전하기 위해 세입자를 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빌딩은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로, ‘서태지컴퍼니’로 사용했던 지하 2·3층과 약국이 있었던 지상 1층, 서태지가 주택으로 썼던 지상 6층이 임대 대상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서태지 소유의 빌딩 전경. 최근 자신이 살던 공간과 '서태지컴퍼니'가 쓰던 공간을 임대로 내 놓았다.

7일 오후 둘러본 서태지 주택은 보안이 철저했다. 건물 복도엔 엘리베이터가 두 대 있는데, 한 엘리베이터에는 호출 버튼 옆에 아파트 디지털 자물쇠 같은 기기가 설치돼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비밀번호를 누른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서도 카드키를 엘리베이터 내부에 붙은 카드 인식기에 가져다 대야 6층을 누를 수 있다. 이날 실내 촬영은 금지됐다.

6층 주택은 펜트하우스처럼 엘리베이터와 집 내부가 바로 연결돼 있다. 집의 면적은 약 460㎡(140평). 엘리베이터 문 20㎝ 정도 앞에 두께 3㎝ 정도의 철문이 있고, 한 사람이 지날 수 있는 폭의 복도를 2m쯤 지나면 엘리베이터 쪽으로 거울이 붙어 있는 철문이 또 있다. 이들 철문을 닫아 놓으면 엘리베이터를 탄다고 해도 집안 출입이 불가능해 보였다.

서태지가 주택으로 쓰던 공간으로 올라가기 위한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 옆에 비밀번호를 누르도록 돼 있는 기기가 붙어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두 개의 철문을 지나면 아파트의 거실 같은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이곳 한가운데에 노란색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6.0’ 자동차가 덮개에 덮여 있었다. 현재 집안 내부 물건은 모두 빼놓은 상태로 이 차만 남아 있다.

서태지 소유 차량으로 추정되는 이 차는 2001년 단종된 고급 스포츠카로 총 2884대만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속도는 시속 320㎞에 달하지만, 번호판은 없었고 오랜 기간 타지 않아 바퀴의 바람도 많이 빠진 상태였다. 람보르기니를 홍보하는 '민 커뮤니케이션'의 서영진 실장은 "단종된 람보르기니는 미술품처럼 거래되기 때문에 시세를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략 5억원 안팎으로 시세를 추정하고 있다.

오피스 업계에 따르면 서태지는 이 집에 입주할 때 거실 옆에 테라스처럼 하늘이 뚫린 공간을 통해 크레인으로 이 차를 집 안으로 들여 놓았다. 세입자가 들어와 차를 뺄 때는 바깥으로 난 유리창을 깨서 옮길 예정이다.

지난 2008년 서태지는 국내 고속도로에서 람보르기니를 타고 경찰과 추격전을 벌였다는 소문에 휘말리는 해프닝도 겪었다. 당시 경찰은 람보르기니 운전자가 서태지가 아니라고 밝혔다.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로드스터'. 2001년 생산이 중단됐으며 최고 속도는 시속 320km에 달한다.

건물 내부는 오피스 건물을 주택으로 개조한 것처럼 기둥이 3개 정도 있었고 바깥으로 난 창은 모두 불투명 제품으로 코팅했다. 거실에서 욕실로 가는 길에는 또 하나의 철문이 나오는데, 이를 통과하면 폭 2.5m, 길이 7m, 깊이 1.5m 정도의 소규모 수영장이 나온다. 오피스 업계 관계자는 "수영장은 원래부터 있던 게 아니라 새로 만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욕실에는 두 사람이 마주 볼 수 있게 설계된 2인용 월풀 욕조와 사우나 시설이 있고 월풀 욕조 맞은 편에 대형 평면 TV가 걸려 있었다.

6층 주택은 복층으로 돼 있고 집 안 내부에 철제 계단이 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서태지가 침실로 썼던 공간이 나온다. 침실 한쪽 면은 바깥을 볼 수 있는 통유리로 돼 있고 침실 옆에는 음악 감상실이 있다. 음악 감상실과 서태지가 옷장 등으로 썼던 가구의 서랍에는 '서적', '음악CD'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빌딩 자산관리와 임대업무를 담당하는 '㈜위더스에셋'에 따르면 이 집은 보증금 1억1000만원에 월 임대료가 900만원이다. 관리비는 매월 252만원가량 나온다. 배상균 ㈜위더스에셋 대표는 "서태지가 주택으로 썼던 이 공간은 일반 주택과 구조가 달라 대중성은 떨어지지만,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에겐 적합한 구조"라고 말했다.

서태지 빌딩 옥상에서 지하철 7호선 학동역 쪽을 바라본 가상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