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일본·유럽 국가들이 주도해 온 세계 휴대폰 시장에 '중국 주의보'가 울렸다. 저가(低價)의 일반 폰에만 머물렀던 ZTE·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이번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에서는 최첨단 스마트폰을 쏟아내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중국 업체들은 벌써 '세계 톱10 휴대폰 제조사'에 이름을 올렸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직 애널리틱스(SA)가 집계한 '2011년 휴대폰 판매 현황'에 따르면 노키아·삼성전자·애플·LG전자 등 글로벌 휴대폰 4강(强) 바로 뒤를 중국의 ZTE(5위)와 화웨이(6위)가 바짝 쫓아오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가 저가 파워를 앞세운 중국 업체와도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뜻이다.
◇최첨단 스마트폰 내놓은 중국 업체들
세계 최대 통신 기기 전시회 'MWC'의 백미는 8번 전시장(홀·Hall)이다. 8개의 홀 가운데 삼성전자·LG전자·구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의 ZTE와 화웨이도 삼성 전시장의 옆과 정면에 전시관을 마련했다. 삼성과 당당히 맞서겠다는 의도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관람객들이 과거 휴대폰 명가 노키아·소니보다 요즘 떠오르는 중국 업체의 부스를 더 많이 찾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날 화웨이는 쿼드코어(Quad-Core) 스마트폰 '어샌드D 쿼드'를 선보였다. 쿼드코어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가 4개 탑재됐다는 뜻.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채택한 듀얼코어(Dual-Core·프로세서 2개 탑재) 방식보다 연산 처리 속도가 2배 정도 빠르다. 국내 기업 중에는 LG전자만 쿼드코어 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첨단 제품이다.
ZTE도 쿼드코어 스마트폰인 'ZTE Era'를 포함, 8종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ZTE 고위관계자는 "이번 신제품들은 2015년 글로벌 톱3 진입이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저가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탈피, 유럽·미국·일본 등 프리미엄 시장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화웨이와 ZTE는 쿼드코어 스마트폰을 2분기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기술에서 한 수 위로 평가되는 LG전자·HTC의 출시 시점과 같다. '이제 기술 격차는 없다'는 무언의 시위인 셈이다. LG전자 마창민 상무는 "화웨이가 빠르게 성장, 기술 격차가 굉장히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스마트폰도 LG전자 추월한다"
중국 업체의 위협은 가시화된 상태다. 작년 4분기 ZTE는 휴대폰 2440만대를 팔아 LG전자(1770만대)를 넘었다. 화웨이(1630만대)도 LG전자와 별 차이가 안 났다. 캐나다의 RIM(1340만대)이나 대만 HTC(1020만대)·미국 모토로라(1030만대)는 이미 물량에서 중국 업체에 밀려났다.
중국 업체들은 올해 저가의 일반 폰 위주에서 탈피, 스마트폰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한다. 화웨이는 올해 스마트폰을 작년(2000만대)보다 3배 많은 6000만대 팔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LG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목표(3500만대)보다 훨씬 많다.
중국 업체들의 고가 시장 진출은 예상된 수순이다. 판매량 대부분이 중국·아프리카·중남미의 저가 일반 폰이어서 이익률이 거의 바닥 수준이기 때문. 이른 시일 내에 중고가 시장으로 진입하지 못하면 중국 업체들의 급부상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