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1시쯤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명품 브랜드 프라다 매장 앞에는 소비자 30여명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23일로 예정된 가격 인상을 앞두고 값이 오르기 전에 상품을 사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줄을 서 있던 김모(30)씨는 "프라다 가방을 사려고 찜해 둔 게 있었는데 내일부터 가격이 오른다는 보도를 보고 당장 쫓아왔다"고 말했습니다. 매장 점원은 "평일인데도 주말보다 훨씬 많은 고객이 찾아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매장 내 적정 인원을 유지하기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백화점뿐 아니라 프라다가 입점한 모든 백화점에는 이날 가격 인상 여부와 "지금 가면 ○○백을 살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프라다는 23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3.4%, 특히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피아노 럭스(BN 1786)' 가방은 187만원에서 206만원으로 10% 정도 인상했습니다.

이 때문에 전날인 22일 주요 백화점의 프라다 매장은 특수(特需)를 누렸습니다. 서울 시내 3대 백화점은 평일 평균보다 프라다 매출이 31~170% 늘었습니다. 사피아노 럭스 가방은 품절 사태까지 일어났습니다. 한 백화점 간부는 "지난 1일 샤넬이 가격을 올린다고 할 때도 사재기 현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한 것 같다"며 "명품은 가격을 올릴수록 장사가 잘된다는 말이 실감 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한·EU FTA(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서 가방과 구두는 관세 8%가 철폐됐습니다. 하지만 국내 명품 가격은 FTA 이전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팔리고 있습니다. 프라다 외에도 에르메스·샤넬 등 명품 업체들은 일단 가격을 조금 내렸다가 곧바로 인상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게 아닌지 우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