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 신흥시장에서 상대적인 안전자산과 고(高)수익을 동시에 찾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월 한국 채권을 1조6000억원 매입, 보유량이 84조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채권 보유량 가운데 한국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었다. 작년 한 해 동안에 세계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9조6000억원 어치 순매도했지만, 채권만큼은 인기가 식지 않았다. 오히려 채권 보유량은 7조1000억원 증가했다.

FT는 한국 채권이 꾸준히 인기를 끄는 이유로 "한국 경제의 굳건한 펀더멘털"을 꼽았다. FT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005930)와 같은 수출업체들의 성장과 함께 한국 경제는 지난해에도 성장을 유지했다"며 작년 한 해 성장률은 3.6%로 전망되며, 올해는 3.7%로 전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FT는 "각국 중앙은행들과 국부펀드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면서 한국 국채가 주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 중앙은행들이 한국 국채에 대한 노출도를 늘렸다는 것이다. 반면 유럽 중앙은행들은 자국의 재정문제로 한국 채권시장에서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FT에 따르면 작년에 한국 채권시장에 가장 많이 투자한 것은 미국(1위), 그리고 룩셈부르크(2위)였고 중국(3위)이 그 뒤를 이었다. 중국의 한국 채권 보유량은 작년에 3조7000억원 늘어난 10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FT는 한국의 한 경제 매체를 인용해 "최근 스위스 중앙은행이 한국 채권 투자 의사를 밝혔다"며 "한국 채권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리란 전망을 가능케 한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채권 투자 비중은 6.9%로, 주식 투자 비중인 30%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순매수액은 6조2000억원. 월간 기준으로 최대 규모였다. FT는 "하지만 원화 가치에 대한 영향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갑자기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한국 정부는 마음을 놓을 수 상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