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그룹에 대한 오너십을 확보할 전망이다. 채권단 동의를 거쳐 유상증자가 끝나면 박 회장은 대우건설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워크아웃(기업개선)에 들어간 지 2년여 만에 금호산업의 개인 최대주주 자리에 다시 오르게 된다. 박 회장은 또 금호산업이 최대 지분(32.1%)을 가진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에 대한 장악력을 지금보다 훨씬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삼구, 금호산업 단일 최대주주로

금호산업 채권단은 16일 상장 폐지 위험에 몰렸던 금호산업에 대해 유상증자, 채권단 출자 전환, 신규 자금 지원 등 세 가지 방안으로 이뤄진 6900억원의 지원안을 22일 최종 의결하기로 했다. 22일 채권단 결의에서 88% 지분을 들고 있는 90여곳의 채권단이 동의하면 지원안이 최종 확정된다.

채권단은 기존 채권 2700억원을 주당 발행가격 7600원에 주식으로 출자 전환하기로 했다.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병행한다. 발행가격은 출자 전환 가격(7600원)보다 20% 비싼 주당 9120원.

박 회장은 금호산업 재무 개선을 위한 유상증자에 22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4.07%를 확보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경영 실패 책임을 지고 지분을 100분의 1 비율로 감자(減資)해 금호산업 지분이 거의 없는 상태다.

박 회장의 유상증자가 끝나면 70여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채권단의 지분은 90%에서 70%대선으로 낮아진다. 박 회장은 지난해 11월 말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과 함께 금호석유화학 보유 지분 10.45%를 매각, 3500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박 회장은 이와 함께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도 11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채권단의 출자 전환과 유상증자는 부채비율이 2000%를 넘는 금호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금호산업은 자본금이 79.6%나 잠식된 상태여서 최근 한국거래소에 주식 매매 거래 정지를 당하기도 하는 등 상장 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박 회장 부자는 이번에 확보하는 지분 전량을 채권단에 담보로 내놓고 채권단은 이를 담보로 1200억원대 신규운영자금을 금호산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따라서 금호산업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 박 회장이 이번에 확보하는 지분도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금호그룹 계열 분리 가속화

금호그룹 계열 분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호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타이어 등)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그룹(금호석유화학·금호폴리켐·금호미쓰이화학 등)으로 계열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금호석화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13.4%)을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이 이뤄지면 두 그룹은 법적으로 쪼개진다. 박찬구 회장은 작년 2월 말부터 5만314주의 금호석화 주식을 사들였다. 금호석화측은 "박찬구 회장은 주가 하락이나 손실 여부에 상관하지 않고 사재를 털거나 금융권으로부터 주식 담보 대출을 받아 주기적으로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관에 입주해 있는 금호석화는 본사 이전도 검토 중이다. '불편한 동거'를 끝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