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산 와인 '몬테스알파'를 수입하는 나라셀라가 가격을 10% 인하하기로 결정하자 와인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업계 1위 업체로 칠레산 '1865'를 수입하는 금양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가격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주쯤 구체적인 발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양은 대표 브랜드인 1865만 가격을 내릴지, 칠레산 와인 전체를 대상으로 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양·나라셀라와 함께 와인업계 '빅3'인 롯데주류 관계자 역시 "가격 조정에 대한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수입 와인의 가격거품에 대한 지적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국내 판매량 1·2위를 다투는 몬테스알파나 1865는 국내에 들여오는 수입원가는 7~8달러에 불과하지만, 수입상과 도·소매상들이 최대 70%에 달하는 유통마진을 챙긴 탓에 소비자 가격이 급등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칠레산 와인뿐 아니라 유럽·호주·미국산 와인도 터무니없는 유통마진이 붙는 경우가 많았다. 관세청이 밝힌 지난해 와인 종류별 평균 수입가격은 스파클링 와인이 6.2달러, 적포도주 4.0달러, 백포도주 2.6달러였다. 전체 와인 수입량 중 저품질인 하위 25%의 평균 수입가격은 1.7달러에 불과했다. 한 와인업체 관계자는 "수입원가가 1만원만 돼도 상당히 고급 와인"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의 와인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업체들이 악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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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와인 수입업체는 과도하게 비싼 와인 가격에 대해 "유통구조를 복잡하게 만든 규제가 가격을 올리는 원인"이라고 항변해 왔다. 주류 수입업자가 제조·유통·판매업 등 다른 영업을 겸할 수 없기 때문에 중간 유통단계가 생기고, 유통단계마다 따로 마진을 챙기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간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런 변명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정부는 최근 주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수입업자의 '겸업 금지'와 '소비자 직판 금지'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최소 1단계 이상의 유통단계가 줄어들게 된다. 기획재정부 이용주 과장은 "와인 수입업자가 직접 판매를 할 수 있게 된 이상 업체들끼리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몬테스알파뿐만 아니라 다른 와인도 가격 인하 결정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소비자들의 관심은 '와인 가격이 얼마나 내릴까'에 쏠리고 있다. 나라셀라 신성호 실장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소매점과 협의해서 몬테스알파 소비자 판매가격을 조정할 계획"이라며 "적어도 공급가 인하 비율(평균 10%)과 비슷한 수준으로는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중소 와인업체가 수입하는 와인은 가격 인하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형 백화점 납품을 하지 않는 중소 유통업체들은 백화점의 가격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보다 자유롭게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