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대치동 하이닉스반도체사무소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하이닉스의 공동 대표로 선임됐다. 최 회장은 앞으로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과 함께 하이닉스의 최고경영자(CEO)로써 활동하면서 회사를 직접 이끌게 됐다. 이사회 의장은 하성민 SK텔레콤(017670)사장이 맡기로 했다.

전날 최태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건과 관련, 일부 주주들이 반대 의사를 나타냈고 국민연금 산하 의결권행사전문위원이 사퇴하는 등의 마찰이 있었지만 하이닉스 이사회는 별 문제 없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이날 하이닉스 주식 1억4610만주에 대한 인수대금 납입을 완료, 하이닉스의 지분 21.05%를 보유하게 돼 작년 7월부터 진행돼온 인수절차를 마무리했다.

◆ 예견된 시나리오…오너가 직접 경영 전면에

지난달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의 사내이사 후보로 거론되면서부터 직접 대표를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반도체를 통신, 정유에 이어 SK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은 물론 회사 관련 사안들을 일일이 챙기는 대표직 수행이 불가피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그룹 오너가 대표이사를 맡을 경우 '책임경영'이 강화된다는 측면에서 하이닉스측과 일부 주주들도 이를 찬성해왔다. 하지만 임시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 때도 문제가 된 것처럼 현재 최 회장이 횡령·배임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데다 과거 비도덕적·법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최태원 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하이닉스 대표이사 선임 반대의견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하이닉스를 걱정하는 것으로 알고, 채찍으로 삼아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하이닉스 이사회는 전날 임시 주총에서 새로 선임된 사내·사외이사진 9명이 모두 참석, 30분만에 끝났다. 이사회에 참석한 한 사외이사는 '최 회장의 대표 선임에 반대의견이 없었느냐'는 조선비즈 기자의 질문에 "이야기할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의 대표가 되면서 SK그룹 내에서 직접 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는 (주)SK와 SK이노베이션과 함께 총 3개사로 늘어났다. SK 관계자는 "최회장이 직접 대표를 맡으면 신속한 결정은 물론 대규모 투자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대표직을 수락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사명변경·후속인사 뒤따를 듯

하이닉스 이사회에서는 사명변경 건도 논의됐다. 하이닉스가 SK텔레콤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사명을 'SK 하이닉스'로 바꾸자는 것이다. 다음달 23일 정기 주총에서 사명변경 건이 통과되면 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에 'SK 하이닉스'라는 딱지가 붙을 전망이다.

이사진 선임과 대표·이사회 의장 선임이 마무리되면서 조만간 SK그룹과 하이닉스 차원에서 후속 인사가 있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을 보좌해 하이닉스를 이끌 재무, 연구개발, 전략 담당 임원이 상당수 SK에서 하이닉스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의 기존 임원들도 퇴사하거나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가 하이닉스의 주인으로서 자신들의 색깔을 내기 위해 인사·조직개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요즘 반도체업계에서도 하이닉스의 행보가 관심사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