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수익률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어떤 것이 우선돼야 할까. 국민연금이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의 하이닉스 이사 선임과 관련 중립의견을 낸 데에 따른 잡음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정부 측 추천위원 2명이 최 회장의 하이닉스 이사 선임에 반발해 사퇴한 것이다. 이들 의결위원은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하이닉스 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하지 않고, 중립의견을 내기로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사퇴했다.

최 회장의 이사 선임이 하이닉스의 지배주주를 안정시켜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는 것과 최 회장의 윤리적인 문제가 엇갈리면서 위원회에서 중립의견으로 결정된 것이다.

◆ 하이닉스 이사 선임 쟁점은

지난 10일 열린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회의에서 9명의 위원 중 3명은 최 회장의 이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졌고 다른 3명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1명은 중립, 1명은 기권 의견을 냈다. 또 다른 1명의 위원은 해외 체류 중이어서 회의에 불참했다. 그만큼 위원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의 분위기도 하이닉스의 기업가치 향상과 최 회장의 도덕적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격론이 벌어졌다. 찬성도 반대도 아닌 어정쩡한 중립의견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최 회장의 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측은 이사 후보로 결격 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최 회장은 SK그룹 계열사가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자금 497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와, 그룹 임원들의 성과급을 과다 지급한 것처럼 꾸며 비자금 139억원을 조성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반대 측은 하이닉스가 SK에 인수된 만큼 오너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기업이 빠르게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하이닉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수익률 등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의결위원은 "국민연금은 지난해 최태원 SK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건에 대해 반대하는 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했다"며 "사안별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 대기업 봐주기라는 지적도

이번 최 회장의 하이닉스 이 사건도 대기업 봐주기의 하나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달 초 한화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상장 실질심사와 함께 대기업 특혜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지난 5일 한국거래소는 하루 만에 한화(000880)의 횡령·배임 혐의 관련 실질 심사 대상 여부를 심사해 영업의 지속성 및 재무구조 안정성에 대한 상장 적격성이 인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 회장이 향후 형사재판 결과에 따라 실형이 선고될 경우 하이닉스는 물론이며 SK그룹 전체 경영에 불확실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의결위원은 "대기업 눈치보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최 회장 이사 선임 자격과 인수한 측의 재량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팽팽하게 대립해 중립의견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의 의결권 거수기 논란도 제차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기업들의 경영 투명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재벌에 대한 눈치 보기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주총회 안건 중 약 5%에 대해서만 반대했다. 찬성한 안건은 95%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