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게임과 인터넷 중독을 학교 폭력의 주요 원인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시간 단위로 게임 접속을 자동 차단하는 '쿨링오프제(cooling off)'가 도입되고 게임물 합동조사 결과를 게임물 심의에 반영하는 등 후속 조치가 잇따를 전망이다.

정부는 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장관이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쿨링오프제' 도입과 게임물 합동 조사 결과, 게임 중독 치료 돕기를 위한 자금 출연 확대 등 게임 중독 대책을 포함한 '학교 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놨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안은 폭력 가해학생의 즉시 격리 조치와 출석정지일수 제한 폐지, 징계사항 생활기록부 기재 같은 강도 높은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게임을 인성 교육의 미비, 교사의 생활지도 미흡, 학부모 관심 부족과 함께 학교 폭력을 유발하는 4가지 유해 요인 중 하나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관리와 감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부는 그 대책으로 일정시간 후 자동으로 게임이 종료되는 '쿨링오프제' 도입과 교과부와 여성부의 분기별 게임물 합동조사결과를 게임물 심의에 반영하는 방안, 청소년 이용 게임의 월간 이용금액과 아이템 거래 제한을 제시했다.

우선 연내에 부모명의 도용을 막기 위해 아이핀 사용을 확대하는 한편 게임을 시작한 뒤 2시간이 경과하면 자동으로 게임이 끝나도록 하는 '쿨링오프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또 청소년이 이용하는 게임물의 아이템 거래도 규제된다. 청소년이 이용하는 월간 게임 이용 금액과 아이템 거래 제한이 이르면 이달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또 게임과 인터넷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단계적으로 예방 교육도 펼치고 중독 징후가 나타난 학생을 별도로 선별, 개인별로 기록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게임에 대한 청소년 유해성 심사를 강화해 현행 '게임물등급분류제'를 보완하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여성가족부가 분기별로 합동조사를 벌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교과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게임 업계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고려해 최종적인 규제 수위를 많이 낮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게임 업계는 중독 예방과 치유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게임을 학교 폭력의 요인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게임회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게임업계가 사회가 인정할만한 눈에 띄는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학교 폭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게임 중독의 원인이 과연 게임 자체 때문인지 다른 원인이 있는지 선후관계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유럽에서도 아직까지 게임이 폭력성을 부르는 원인이라는 데 의견이 분분하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에 이어 교육과학기술부까지 나서면서 그간 고용을 창출하고 수출에도 일조하고 있는 게임 산업의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의 한 임원은 "게임 산업이 그만큼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며 "콘텐츠 수준이 높은 '웰메이드(well made)'게임을 가려내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콘텐츠가 좋고 나쁜면이 있든 게임을 획일적으로 나쁘다고 매도해서는 안된다"며 "이를 위해 중독에 대한 명확한 과학적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임의 문제점에 대한 객관적 조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학계 한 전문가는 "게임과 폭력을 하나로 묶어서 보는 관점은 낡은 사고"라며 "학교 폭력의 해결책을 엉뚱한 데 책임을 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또 "게임의 폭력 효과에 대한 해석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 해외 학계에서도 서로 엇갈린다"며 "중독에 대한 과학적 해석과 규정을 전제로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