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7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을 승인하자 많은 사람들은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론스타의 질긴 악연을 떠올렸다.
김 위원장은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으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라인에 있었다. 당시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현 보고펀드 대표)과 함께 실무책임자였다.
2006년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6조4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하자 론스타의 '먹튀 논란'이 처음으로 불거졌고 곧이어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사건과 관련, 당시 재경부 차관보였던 김 위원장은 2006년초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금감위 부위원장 시절이던 같은해 하반기에는 검찰에 출두해야 했다.
김 위원장과 변 대표를 비롯해 당시 이강원 외환은행장(전 한국투자공사 사장), 유재훈 금감위 은행감독과장(한나라당 전문위원), 주형환 재경부 은행제도과장(기획재정부 차관보) 등 실무라인들은 감사원과 검찰에 수차례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감사원은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6.16%로 낮게 산정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고, 론스타가 외국자본으로 은행법상 10% 지분까지만 인수할 수 있음에도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대한' 예외 승인을 통해 인수자격을 부여했다고 집요하게 따졌다. 검찰은 최소 3443억원, 최대 8252억원 낮은 가격에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팔아넘겼다고 몰아부치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같은 시기에 조사를 받았던 변 대표는 2006년말 검찰에 기소돼 2010년에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려 16개월간 수감됐었다. 정부 관료들은 "무리한 검찰 수사가 한창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줬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2006년 이후 관가에는 '변양호 신드롬'이라는 말이 퍼졌다. 재직 기간 동안에 책임질 만한 큰 결정을 미루려고 해서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2006년말 론스타가 국민은행과 계약을 파기하자 2007년에는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2008년 새로 들어선 이명박 정부 내에서는 '이제는 론스타를 떠나게 할 때가 됐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외국인 투자가들에 대한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금융위는 3심인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내릴 때까지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당시 법원에 계류된 사건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 두 가지였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은 2010년 10월 무죄 판결,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은 지난해 10월 유죄 판결로 결론났다. 사실 이번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에서 볼 수 있듯이 법원 판결은 법적으로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에도 변수가 아니었지만 대법원 판결을 핑계로 금융위가 결론을 미룬 것이다. HSBC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터지자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했다.
2010년 10월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체결했을 때도 금융위는 망설였다. 당시 실무자급에서는 총리 주재 회의에서 범정부적으로 결론을 내려야지, 금융위 단독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정했다. '변양호 신드롬'을 의식한 것이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취임하고 나서 입장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금융위는 지난해 3월 론스타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론스타의 일본 내 자회사 PGM홀딩스의 골프장의 자산이 2조8000억원이라는 문제가 불거지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말 산업자본 요건에 해당하지만 비금융주력자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야당인 민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론스타에 외환은행 초과지분 매각 명령을 내렸고 이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 결정을 내렸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론스타와의 질긴 악연에 종지부를 찍었고 '변양호 신드롬'을 정면으로 돌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론스타 문제에 대해선 '도망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결론을 내린 만큼 론스타를 둘러싼 논란도 해소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입력 2012.01.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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