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086790)의 한국외환은행인수 추진 사실은 2010년 11월16일 외신을 통해 '깜짝 보도'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금융당국에서도 일부 고위관계자를 제외하고는 추진 사실을 몰랐을 정도다. 당시 민영화를 위한 입찰을 진행하던 우리금융지주(316140)에만 쏠려있던 세간의 관심은 일순간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으로 돌아섰다.

2010년 상반기까지 하나금융은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덩치가 작은 하나금융이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걸림돌도 많았다. 한 지주회사가 다른 지주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100%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고 규정된 금융지주회사법 때문에 합병방식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영권이나 인수 주체가 불투명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과 골드만삭스 등 주요 주주도 반대했다. '우리금융은 부실자산이 많다'는 부정적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2010년 11월 26일로 예정된 우리금융 입찰을 위해 갖가지 변수를 놓고 저울질하며 인수전을 준비해 나갔다.

한편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놓지 않고 있었다. 2006년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하나금융은 2009년부터 우리금융을 인수할 때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를 모두 가정하고 팀을 2개로 나눠서 꾸렸다.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놓고 저울질 하는 사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매각 작업은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호주 ANZ(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은행은 2010년 3월부터 론스타와 협상에 나섰고, 한 달 가량 실사작업도 벌였다. 지난 2006년 HSBC의 아태지역 대표 시절부터 외환은행에 관심을 보여온 마이클 스미스 ANZ 최고경영자(CEO)는 외환은행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때만 해도 외환은행은 ANZ로 넘어가는 듯 했다.

변화는 예기치 못하게 찾아왔다. ANZ가 쉽사리 최종가격 협상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호주 재무부가 ANZ의 외환은행 인수작업에 제동을 걸고, 마이클 스미스 CEO의 의견도 호주에서 열린 ANZ이사회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매각이 표류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틈을 타고 하나금융은 10월부터 조용히 접촉을 시작했다.

11월13일,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직후의 상황은 그야말로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11월 26일로 예정된 우리금융 예비입찰에 앞서 론스타와 담판을 지어야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실사를 맡은 직원들에게도 외환은행 인수 추진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홍콩·싱가포르 출장명령만 내렸다. 직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더운 날씨인 홍콩·싱가포르에 가기 위해 초겨울인 11월에 반팔 셔츠에 반바지를 차려입고 공항에 집결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공항에 대기하던 버스에 올라 서울의 모 호텔로 이동했다. 일부 직원은 입찰일이 코앞인 우리금융 실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40여명의 회계법인·법무법인 직원과 하나금융 인수팀은 2주 동안 세상과 격리된 채 실사작업에 들어갔다. 철저한 실사와 분석 끝에 11월 25일 론스타와 하나금융은 최종 계약을 체결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가격은 주당 1만4000원대였다. 그동안 철통같이 비밀을 유지했던 계약 건은 최종 결론에 앞서 론스타가 ANZ측에 이 사실을 알리면서 외신을 통해 새어나갔다. 론스타는 당시 협상 상대였던 ANZ측에 알릴 의무가 있다고 한다.

2010년 11월 계약체결 이후에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1년 3월 대법원이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 재판에 대해 유죄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뒤이어 10월에 서울고등법원은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외환카드 주가 조작혐의와 관련, 징역3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론스타코리아에 벌금형을 내렸다.

당초 론스타는 대법원에 재상고를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제지하고 나섰다. 하나금융은 재상고할 경우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6개월 이상이 걸려 금융위의 승인 결정이 또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득했다. 하나금융 측은 심지어 론스타가 대법원에 재상고하면 딜을 깨겠다고까지 했다. 결국 론스타는 재상고를 포기했고 다음달인 11월 금융위의 론스타 주식매각명령이 내려졌다.

두 차례의 재계약 과정을 거치면서도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그리고 1년 2개월이 지난 27일 드디어 외환은행을 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