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Financial Advisors)가 뭐야.' 처음 듣는 사람은 대부분 어리둥절해한다. 사전에도 없다. 우리말로는 재무상담사.
파이낸셜 어드바이저는 개인이나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해 일생에 걸친 포괄적인 재무 이슈를 정하고 재무 고민을 해결해 준다. 쉽게 말해 수중에 자산·부채가 얼마 있는지 진단하고, 결혼·은퇴·투자·상속·보장 등 살면서 발생할 수 있는 재무 사건을 컨설팅한다.
크게 보면 FA는 프라이빗뱅커(PB), 재무설계사, 웰스매니저(WM), 파이낸셜 플래너(FP), 파이낸셜 컨설턴트(FC)와 유사한 직업이다. 모두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업무 성격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FA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VIP 고객들만 대상으로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본사 재무설계지원팀에 소속된 부동산·세무·회계사들과 협업해 상담을 진행할 정도로 서비스가 전문적이어서 보험설계사가 재무상담을 하다가 한계에 봉착할 때 FA가 구원투수로 나서기도 한다.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할까. 대한생명 강북FA센터를 방문해 직접 일일 FA가 돼봤다.
◆ 상담 준비로 바쁜 오전 일과
1일 체험을 위해 찾아간 여의도 63빌딩 대한생명 본사에 있는 강북FA센터에선 이승열 센터장을 비롯해 FA들이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사람도 있었고, 시각물을 만드는 FA도 있었다. VIP만 대상으로 한다는 상당장소는 어떨까. VIP들만 대상으로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인테리어는 상당히 고급스러울 게 분명했다. 사무실 문밖으로 나가봤다.
호텔처럼 안락해 보이는 소파와 소파 옆에 놓인 테이블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위에는 신문과 잡지 등 읽을거리가 있었다. 상담할 수 있는 방은 총 3개였다. 모든 방은 창 밖 배경이 훤히 보이는 공간에 4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탁자와 한쪽 벽면에 걸린 명화(名畫)로 꾸며져 있었다. 그림은 모두 대한생명 소유품으로 수억원짜리 작품도 있다고 한다. 탁자 형태나 색깔, 장식품 등에 차별을 둬 방마다 구색을 조금씩 달리했다.
상담 장소 물색을 끝내고 FA들이 앉아 있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FA들이 오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세계 증시 상황 파악이다. 아무리 늦어도 7시 40분까지는 출근한다. 회사에 도착하면 곧바로 일정과 이메일을 확인하고 국내외 경제·금융 동향을 챙긴다. 오전 일과 중 가장 중요한 건 고객 상담을 준비하는 일이다.
경제 기사와 세계 증시를 확인하고, FA 직무에 대한 브리핑도 들었다. 다음은 고객을 실제로 만나 아이스브레이킹(서먹서먹한 관계를 깨다라는 의미)하는 방법을 배웠다. 상담 절차도 파악했다.
상담은 보통 '고객 정보수집, 1차 해법 제안, 고객과 조율, 2차 해법 제시'의 4단계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중간 과정 없이 순식간에 진행되기도 하고 3차 해법, 4차 해법 등으로 연장되기도 한다.
이번에는 오늘 상담할 내용을 익혔다. 이승열 센터장이 미리 만들어놓은 자료를 보며 공부했다. 이제 고객을 만나러 현장에 갈 일만 남았다.
◆ 조금이라도 빨리 친해지는 것이 능력
이날 상담은 정오 무렵으로 예정돼 있었다. 이 센터장이 잡아둔 미팅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FA는 고객을 처음 만났을 때 시각물로 미리 정리한 프로필을 보여주면서 자신을 소개한다. 대한생명 FA들은 재무설계지원팀 소속 전문가들(부동산·세무·회계사)의 프로필도 보여준다. 전문성을 어필하기 위해서다. FA센터와 FA가 하는 일도 설명한다.
고객이 여전히 서먹해하면 투자동향도 얘기한다. 그러면서 '저는 이런 부분에 관심이 있습니다'라고 관심사를 먼저 말하며 고객에게 최대한 편하게 다가간다. 고객이 편하게 느끼기 시작할 때 비로소 상담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이날 상담이 예정된 고객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유자금 4억원을 지닌 중년 남성이었다. 고객은 4억원에 대한 투자 조언만 의뢰했지만, 자산을 상속할 때 세금 문제를 고려한 대비책 마련도 필요한 고객이다. 지난 2010년에 막내딸에게 1억6000만원 상당의 단독주택을 사전증여 했는데 증여세만 대략 1500만원 정도가 나왔다. 이외에도 여러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어 분명히 증여세로 고민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과 함께 아직 미성년자인 막내의 결혼자금은 월 300만원씩 기대수익률 6~8% 상품에 10년 정도 투자해 마련하는 방안과 여유자금 4억원은 적극적인 투자성향을 지닌 고객에게 맞도록 주가연계펀드(ELF)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방법 두 가지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증여세에 대한 부분도 준비했다.
하지만 이날 고객을 실제 상담하진 못했다. 정식 직원이 아닌 사람이 거액 자산가에게 자산관리 컨설팅을 해주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다. 간접체험에 만족해야 했다. 대신 상담이 끝난 후에 센터장에게 상담 내용과 고객 반응에 대해서는 확인했다. 고객은 흡족해하면서 돌아갔다고 한다.
센터장에 따르면 대부분의 고객이 처음에 별 기대 없이 FA를 만난다고 한다. 고객은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데 이를 잘 파악해 검토했다가 향후 종합적으로 컨설팅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상담 전에 고객과 비슷한 부류에 속한 사람들의 재무 고민을 미리 정리해서 상담 때 조언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면 어느 순간 고객은 대화를 통해 막연했던 니즈(needs)를 구체화하면서 상담에 몰입한다. 이를테면 경영자를 만날 때에는 법인 사업자들이 겪는 문제를 미리 정리해가서 얘기하는 식이다. 그러면 사장은 '밥은 먹고 살 만한데 세금 때문에 고민입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한다.
예정된 상담 등 일정이 끝나도 FA들은 바쁘게 움직이다. 본사 재무설계지원팀 직원들과 회의도 하고, 오후 회의를 준비하기도 한다. 틈틈이 고객들에게 전화도 한다. 일종의 고객관리다.
새로운 고객을 만나기 위해 전화로 약속도 잡는다. 저녁에도 고객을 상담할 때도 잦다. 상담이 없을 때엔 상담 자료를 만들거나 고객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연구한다. 정해진 퇴근 시간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