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은행이 기업의 채권을 65~70% 갖고 있으면 운명을 같이 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계속 대출을 해줄 수 밖에 없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비율을 최대 30%선으로 지켜 부실채권 발생을 최대한 막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3일 집무실에서 만난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이른바 '몰빵투자'의 문제점을 이같이 지적하면서 올해 부실채권 발생을 선제적으로 막는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기업대출 규모가 커 상대적으로 부실채권 비율이 높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 행장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워크아웃 기업에 신규로 자금을 지원하면 그 여신은 무조건 고정이하로 분류돼 대손충당금을 20% 이상 쌓아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워크아웃이 많은 기업 많은 채권은행은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회생을 전제로 한 워크아웃기업 신규대출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얘기다.
이 행장은 부실채권을 급격히 줄여나가기 보다는 선제적인 위험관리 강화를 통해 점진적인 자산클린화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2조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매각 또는 상각 처리했다. 지난해말 기준 부실채권 비율을 1.6% 안팎 수준까지 낮췄다. 올해내 1조~2조원의 부실채권을 추가로 줄일 계획이다.
다음은 이 행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대담= 김기성 경제부장]
-요즘에도 현장 많이 다니나.
"현장경영 강조하고 있다. 환자로 비교하면 건강할 때는 병원이 필요없다. 어려울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서류로 보는 것하고 가서 직접 CEO를 만난다는 것은 차이가 크다. 환자한테 술 먹지 말라고 계속 얘기해도 말 안 듣는다. 현장 가는 게 최고다. 그동안 수업료 너무 많이 냈다. 기업 살려본 경험은 우리가 최고다. 주채권은행 아니어도 우리은행이 엄청난 노하우가 있다. 살려내는 것은 다 우리은행이다. 예전에 얼마나 많은 손실을 입었나. (경제가)어려울 때 오히려 (우리은행이)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려면 찾아가 보는 게 훨씬 더 빨리 결정할 수 있다."
-직원들이 성과급 문제로 투쟁을 벌이던데, 예보와 맺은 양해각서(MOU)를 개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결과를 소급해서 고치기는 어렵다. 앞으로는 가능하다고 본다. 마음이 아픈 것은 직원들 입장에서 보면 사상최대 이익 내면 뭐하냐는 자괴감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했더라도 우리의 경쟁 상대는 (공공)기관이 아니고 시중은행이다. 예보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채권단이 이견을 보였던 성동조선해양 정상화 작업은 어떻게 돼 가는건가.
"성동조선이 살아나는 것이 국가와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이라면 살리는 것이 최선이다. 소위 수주를 해서 그게 잘못되면 국가적으로 손실을 입게 된다. 연착륙 시키는 것이 좋다. (주채권은행인)수출입은행에 적극 지원하겠다. 노하우가 필요하면 요청해달라고 했다. 과거 얘기해서 뭐하나. 지금 현재가 중요하다. 수출입은행과 이견없다. 풀어가는 과정에서 실무자들 의견을 참고하자는 생각이다. 수출입은행이 수술하자는 얘기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안이 필요하다."
-올해는 부실채권 좀 줄여야 하지 않겠나.
"올해는 추가적인 부실채권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기업에 컨설팅을 해주는 등 예방적 기능을 함으로써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은행을 힘들게 했던 게 몰빵투자인데, 시원치 않은 기업에 몰빵투자를 하면 당장은 괜찮지만 운명을 같이 해야한다. 해당 기업 전체 대출의 30% 수준을 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금호산업 말고 큰 워크아웃 기업은 어디가 있나.
"대부분 건설사다. 워크아웃은 건설업이 30% 정도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많았다. 금호산업은 강남 고속터미널 부지 지분 등을 IBK파트너스(IBK증권이 케이스톤파트너스와 함께 구성한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했다. 가능하면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에 충당금 얼마나 쌓았나. PF 1조 털었는데
"꽤 많이 쌓았다. 2조정도 쌓았다."
-지난해 현대건설 특별이익을 감안하면 올해 이익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객들의 포트폴리오가 좋아지고 있다. 제조업 쪽으로 많이 늘었다."
-신년사에서 외환, 방카 등 강화한다고 강조했는데.
"외환은 별도로 단을 신설해 출범시켰다. 기업금융에서 외환은 기본이다. 기업금융을 많이 하는 은행이 외환도 뛰어나야 한다. 그런데 기업금융 해서 적자는 다 지고 외환은 제대로 못했다. 옛날에는 기업금융만 해도 돈이 됐다. 어차피 외환거래는 해야 한다. 그럼 우리가 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과 거래하면서 외환도 유치하도록 할 것이다. 또 하나는 펀드다. 예전에 펀드 때문에 소송 걸리고 어려움 있었다. 그간에 얘기 못했다. 그러나 이젠 얘기할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할 정도로 펀드 강화할 생각이다. 적금하는 고객과 펀드하는 고객은 다르다. 올해는 자산을 늘릴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런 쪽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카드 분사 추진은 하고 있는데.
"분사가 맞다고 생각이 든다. 9월에 이사회까지 거쳤다. 환경과 시기를 좀 고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올해 내내 화두가 될 것이다. 어떻게 보나.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금리변동 위험이다. 가능하면 고정금리로 가는 것이 좋다. 가계대출의 구조를 바꾸고, 상환방식도 바꾸는 게 부담을 덜 줄 수 있다. 걱정하는 것은 다중채무자다. 이들을 어떻게 은행권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금융지주에서 해외 금융사 3곳과 인수 협상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
"해외진출이라도 자신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 강점은 기업이다. 우리의 기술과 노하우가 통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에 진출하는 게 방법이다. 해외도 적극적이라기 보다 우리 능력이 통할 수 있는 곳에는 빨리 진출하는 게 방법이다. 이미지를 좋게 가지고 가는 것이 현지화에 좋기 때문에 그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아메리카 은행은 어떤가
"해외 진출 법인 중 큰 법인 중 하나다. 많이 노력하고 있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아직 살아나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이 좋아져야 한다.
-서민금융이 화두가 되고 있다. 서민금융을 위해 어떤 것을 계획 중인가.
"대부업체 이용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대학생 저리 상품 등 준비하고 있었다. 당연히 은행들이 해줄 필요가 있다. 은행연합회 통해서 고금리로 대출받은 대학생들을 저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회공헌기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있다."
▲이순우 행장은
1950년생인 이순우 행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대구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뱅커(은행원)로 출발했다. 1999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합병 직후 초대 인사부장을 거쳐 2002년 기업금융단장을 맡았다. 이후 카드사태가 터지면서 LG카드 구조조정 실무를 총괄했다. 2004년 우리은행 개인고객본부 부행장과 수석부행장을 지냈다. 지난해 3월 우리은행 내부 출신 가운데 두 번째로 행장에 취임했다. 이 행장은 인사, 홍보, 개인금융, 기업금융, 국제 등 은행의 주요업무를 두루 거친 정통 뱅커로 특유의 친화력과 에너지로 폭넓은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상 직접 고객들을 일일이 만나는 현장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결제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빼고 거의 밖에서 지낸다.
▲경북 경주(50년생) ▲대구고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홍보실장 ▲명동역지점장 ▲인사부장 ▲기업금융단장 ▲개인고객본부장 ▲수석부행장 ▲우리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