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는 나고민 사장은 요즘 죽을 맛이다. 야심 차게 준비한 신제품인 쌀로 만든 팩 화장품의 판매 실적이 영 부진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쌀로 만든 화장품이 100% 성공할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지난 1년 동안 시장과 제품, 소비자를 꼼꼼히 분석한 뒤 이 제품을 출시했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경쟁사에서 내놓은 식물 화장품인 허브 화장품이 시장에서 뜨기 시작했다. 한숨만 나온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걸까?
◇해법
지난해 스마트폰과 관련된 새로운 법칙이 등장했다. 스마트폰 신제품의 주기가 2~3개월에 불과하다는 '안드로이드 법칙'이다. 스마트폰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는 현상을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양이 18개월마다 2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에 빗대어 만든 신조어다. 스마트폰 시장뿐 아니다. 오늘 반짝 뜬 신제품이 한 달 뒤면 구식 취급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꼼꼼하게 외부 경영 환경을 분석해 사업 전략을 수립했다 하더라도 막상 실행에 옮기려면 상황이 완전히 변해버리는 경우가 왕왕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변화하는 상황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몇 가지 '심플 룰(simple rule·단순한 원칙)'만으로 급변하는 경영 환경을 성공적으로 헤쳐나가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수많은 M&A(인수·합병)를 통해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 회사로 성장한 시스코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시스코는 인수할 기업을 어떻게 선정할까? 여러 기업을 성공적으로 M&A한 회사인 만큼 시스코만의 정교하고 복잡한 기업 분석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시스코는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데 있어서 아주 단순한 원칙만을 갖고 있다. 바로 직원이 75명 미만이고, 엔지니어가 전체 직원의 75% 이상인 기업만 인수한다는 것이었다.
왜 이런 원칙을 세웠을까? 시스코는 여러 기업을 M&A 하면서 성공적인 M&A의 공통점을 깨달았다. 소규모지만 기술력이 뛰어난 신생 회사를 인수할 경우 성공적으로 M&A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규모가 크고 뚜렷한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의 경우 시스코에 통합되기 힘들었다는 경험을 토대로 시스코는 인수할 기업의 규모를 제한하기 시작했고, 기술 중심의 회사들을 걸러내려다 보니 엔지니어 비중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원칙을 만든 것이다.
어린이용 블록 제조회사 레고 역시 심플 룰로 급변하는 경영 환경을 헤쳐나가는 기업 중 하나다. 레고는 아이들이 싫증을 내지 않도록 항상 새로운 제품을 꾸준히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아이들의 취향을 정확히 분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레고는 신상품을 만들 때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을 정해놓고 그 기준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다. 첫째, 제품만 봐도 레고가 만든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는가? 둘째, 어린이들이 놀면서 배울 점이 있는가? 셋째, 경쟁사보다 우수한 품질인가? 넷째,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부모들이 거리낌 없이 허락할 수 있는가? 다섯째, 아이들의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는가? 이 다섯 개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신상품이 시장에 나갈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의 심플 룰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 회사가 어디에서 돈을 벌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시스코의 경우 M&A, 레고의 경우에는 신제품 출시가 돈을 벌기 위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그들은 사업의 핵심적인 부분에서 직원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순한 원칙을 만들고, 실천함으로써 예측 불가능한 경영 환경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만약 외부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업종에 우리 기업이 속해 있다면 이렇게 해보자. 먼저 수없이 많은 요인들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보다 어디에서 돈을 중점적으로 벌고 있는지 알아본다. 그런 다음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어떤 전략을 세웠을 때 가장 돈을 잘 벌 수 있었는지 파악해 보자. 이런 작업을 통해 얻은 통찰력을 정리해서 심플 룰로 만든다. 불확실한 시장 환경을 이겨낼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