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의 글로벌 자동차메이커로 성장한 현대차그룹에 해외 명문대 출신 유학생들이 앞다퉈 입사를 희망, 현대차의 달라진 회사 위상을 실감케 하고 있다.

'2012 북미국제오토쇼'가 열리고 있는 디트로이트 코보센터 현대차 부스에는 9일(현지시각) 청년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서로를 '장박사', '조박사'라 부르면서 전시차량을 둘러보던 이들은 MIT·스탠퍼드 같은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거나 학위 막바지 과정을 밟고 있는 한인 학생들.

현대차가 왕복 비행편은 물론이고 1박2일에서 최장 3박4일간의 숙식까지 제공하며 극진히 대접한 이들은 현대차의 미래 신차 개발과 경영전략 등을 책임질 '젊은 피'다. 현대차 해외 우수인재 채용의 마지막 관문으로 최종 임원 면접을 진행하기 위해 이들을 디트로이트까지 '모셔온'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뒤로하고 현대차에 입사할 예정인 장지훈, 조명현, 지솔근씨(왼쪽부터)가 9일(현지 시각)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장에 모였다. 미국 최고 대학에서 전자·컴퓨터공학 등을 연구한 이들은 “현대차의 미래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현대차 부스를 방문한 '예비 현대차맨' 조명현(33·MIT 컴퓨터공학 박사과정), 지솔근(34·미 항공우주국 박사후과정), 장지훈(25·스탠퍼드 전자공학 박사과정)씨 등은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서로 영입하려고 탐내고 있는 재목들이다. 현대차 인재채용팀 관계자는 "이 정도 실력을 갖춘 신입사원들은 이제까지 드문드문 들어왔는데, 올해는 'A급' 인재들의 지원 수가 예년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현대차는 해외에서 인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종전과 다른 채용방법을 치밀하게 기획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각자 연구분야를 자동차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를 발표하는 일종의 '글로벌 오디션'을 연 것도 우수인재 영입을 위한 포석이었다. 이름도 '제1회 현대 글로벌 톱 탤런트 포럼'이라 붙였다.

주제 발표에서 1등으로 뽑혀 1만달러의 상금까지 받게 된 조명현씨는 아이폰의 시스템 개념을 자동차에 접목해 전자기기 통합 시스템을 갖춘 일종의 '아이카(i-car)'를 제안해 현대차 임원들의 마음을 흔들어놨다. 조씨는 현대차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세계 선두주자를 무서운 기세로 따라잡고 있는 현대차에서 새롭고 재미있는 시도를 해보고 싶다"면서 "우리나라 기업이라 더욱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이번에 최종 입사 대상자가 된 40여명뿐만 아니라 1차 포럼 지원자 75명 대부분이 미국 아이비리그와 톱 랭킹 공대 출신이다. 프랑스·스페인 등 유럽에서 건너온 인재들도 30%가 넘었다. 최종면접관으로 참가한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회사가 '합격'을 얘기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제발 우리 회사를 선택해달라고 간청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면서 "결국 최종 면접 대상자 대부분에게 합격 통보를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