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갑작스레 죽음을 맞은 것을 보고 심장 전문의들은 의아함을 나타낸다. 그의 병세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이라면 그런 돌연사(死)를 사전에 충분히 막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정일의 사망원인은 급성 심근경색증과 심장 쇼크였다.
먼저 심근경색증을 보자. 3년 전 그는 오른쪽 뇌에 뇌경색을 앓았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인데, 동맥경화로 뇌동맥이 좁아져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다. 때로는 심장 안에서 혈액이 젤리처럼 굳은 혈전(血栓·피딱지)이 심장 밖으로 흘러나와 뇌동맥을 막아서 생긴다. 어느 쪽이든 근본적인 문제는 심혈관에 있다.
동맥경화 뇌경색이었다면, 모든 동맥은 한통속이기 때문에 대개 심장의 관상동맥도 좁아져 있다. 심장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동맥으로, 이것이 좁아져 심근경색증이 생긴다. 부검에서도 입증된 사망 원인으로 보아, 김정일은 뇌동맥과 관상동맥 등 전신(全身) 혈관에 동맥경화가 있었다. 더욱이 그는 당뇨병을 수십 년간 앓았던 환자였다. 고(高)혈당이 핏속을 돌아다니며 혈관에 상처를 내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동맥경화는 광범위하게 온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김정일 같은 환자에게 반드시 심장의 관상동맥을 미리 조사한다. 검사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컴퓨터 단층촬영기(CT)에 누워 조영제 주사를 한 대 맞으면 관상동맥이 3D로 기가 막히게 그려진다. 여기서 관상동맥이 좁아져 있으면, 혈관조영술을 통해 관상동맥을 넓히는 '스텐트'(금속 그물망)를 넣는다. 이런 치료는 우리나라에서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어 환자는 진료비의 20%만 부담하면 된다. 평생 3개의 '스텐트'를 건강보험으로 받을 수 있다.
심장 쇼크도 마찬가지다. 이는 심장 박동이 '파르르~' 떠는 부정맥 상태를 말한다. 김정일의 나이가 70세 고령이고, 병력(病歷)을 감안하면 부정맥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런 경우 병원에서는 부정맥 발생 장소를 레이저로 지져서 없애는 시술을 한다. 부정맥이 느닷없이 생겨서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 우려되면, 심장 주변에 명함 크기의 체내 이식형 전기충격기를 심어 놓기도 한다. 부정맥 발생 시, 자동으로 전기 쇼크를 발사해 심박동을 되돌리는 장치다. 이런 시술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심장 내의 혈전이 발견됐다면, 혈전이 심장 밖으로 흘러나가지 못하도록 그물을 치는 시술을 할 수도 있다. 김정일처럼 병원 밖에서 심장마비가 발생한 환자에게는 두 장의 패치를 가슴에 붙여 즉시 전기 쇼크를 쏘는 '자동 제세동기'가 쓰인다. 이 기구는 국내 KTX 모든 열차에 깔려 있으며, 공항·백화점 등 다중 이용 장소에 비치돼 있다.
김정일은 북한 최고의 'VVIP 환자'가 아니었던가. 북한에는 3~4년 전 북한당국의 요청으로 미국 최고 병원에서 수개월간 의학 연수를 받은 엘리트 의사들이 있다. 그들이 돌연사 예방 의료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이를 시행할 시설과 장비, 경험이 없었을 것이다. 김정일의 죽음을 보면서 국가 경제수준과 의료환경의 차이가 개인의 건강과 생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