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는 2011년 위기 속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세계경제는 위축됐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는 2011년 11월까지 423만대를 생산하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생산량이 9.2% 늘어났다. 이런 실적 호조에 힙입어 현대차그룹은 올해 삼성그룹의 순이익을 처음으로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2012년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내수 시장은 정체되고 유럽 시장은 재정위기가 여전히 이어지며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마저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2012년 자동차 산업은 소폭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 2011년 사상 최대 생산·판매 잔치
2011년 11월말 기준으로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제조사 5곳은 총 423만대를 생산해 국내·외 시장에 419만대를 판매했다. 내수 시장에서는 작년보다 1.2% 늘어난 134만대를 팔았고, 해외에서는 13.4% 늘어난 285만대를 판매했다. 수출이 2011년 자동차 산업 성장을 견인한 것이다.
수출이 큰 폭 늘어난 원인으로 먼저 경쟁 상대인 일본 차 업계의 약세를 꼽을 수 있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3월 대지진을 겪으며 생산량이 감소했다. 또 엔고(円高) 상황이 이어지며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10월에는 태국에서 홍수가 발생, 일본차 업체가 현지에 설립한 완성차 공장 7곳과 100개 이상의 부품업체가 피해를 봤다. 일본 차 업계는 태국에서 연간 165만대 정도를 생산하고 있었다.
세계 5위권으로 올라선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제품 경쟁력이 상승한 것도 자동차 수출 증가에 한몫했다. 국내 생산의 74.1%를 차지하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해외에서 13%와 25.8% 성장했다. 현대차는 2011년 10월 미국 자동차 가격 조사 업체 트루카(TrueCar)가 발표한 브랜드 평가에서 기아차, 지프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잔존가치 평가업체인 오토모티브 리스 가이드(ALG)가 발표한 '2011년 잔존가치상'에서는 아반떼가 준중형 부문에서 2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았고, 현대차 브랜드는 2010년 7위에서 2011년엔 3위로 올라섰다.
한국GM과 쌍용자동차도 좋은 실적을 냈다. 한국GM은 쉐보레로 브랜드를 바꾸며 11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전년보다 14.1% 판매를 늘렸다. 해외 시장에서도 경차와 소형·준중형 차량을 골고루 판매하며 2010년보다 8.8%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쌍용차는 내수에서는 2010년보다 22.6%, 수출은 57.7% 늘어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수출은 30.2% 늘어난 반면 내수 판매가 29.6% 줄어들어 전체적으로는 5%가량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 유럽·중국 시장 위축, 2012에는 소폭 성장 그칠듯
하지만 전문가들은 2012년 자동차 시장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성장세는 이어지겠지만, 성장률은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최근 2012년 자동차 생산이 올해보다 3.1% 늘어난 470만대(해외생산 포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수 시장의 경우 경기둔화와 신차효과 감소,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소폭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협회는 2012년 내수 시장 규모를 2011년보다 1.4% 늘어난 150만대 규모로 추정했다. 내수 시장에서는 특히 수입차의 지속적인 공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2011년 11월까지 판매를 전년보다 18.1% 늘린 수입차 업체들은 국산차 업체의 독무대이던 2000cc 미만의 차종에서 판매를 늘리고 있어 국내 업체들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걸로 예상된다.
2012년 자동차 수출은 2011년보다 3.9% 늘어난 320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우리나라가 EU·미국 등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지만, 일본 차 업체들의 생산이 회복되고 이들이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는 것은 위험 요소다. 일본 업체들이 대대적인 가격 공세에 나설 경우 시장 점유율 하락은 물론 수익성 악화도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 4년 연속 판매가 감소한 유럽 시장의 위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과 급성장하던 중국 시장이 정체되기 시작한 것도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매년 약 35%씩 성장한 중국 시장은 2011년 10월까지 5.9% 성장에 그쳤다. 10월에는 차량 판매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이다. 반면 생산 능력을 급속도로 늘리는 중국 자동차 업계의 생산 능력은 현재 1800만대에서 2015년이면 3200만대로 급증할 전망이어서 중국이 가장 불확실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미국 시장과 중남미·동유럽 등 신흥 시장은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1년에 국내 자동차업계가 가장 잘한 점을 꼽으라면 러시아와 브라질에 진출한 일"이라면서 "글로벌 신흥시장에 거점을 완성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업체들이 연비를 개선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고를 줄이는 스마트화 기술 분야에서는 뒤처진 만큼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