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에서 예술가, 코미디언들의 풍자 소재로 쓰이며 화제가 되고 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최근 미국의 블로그 서비스인 텀블러에 개설된 '무엇인가를 보는 김정일(Kim Jong Il Looking at Things)'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해 10월에 개설된 이 블로그 계정(kimjongillookingatthings.tumblr.com)은 김 위원장의 현장지도 사진만을 정기적으로 올린 뒤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는 여러 가지를 살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라는 소개글과 함께 사진마다 '종이를 살펴본다', '슈퍼마켓 진열대를 살펴본다', '감나무를 살펴본다' 등의 설명을 반복적으로 달았다.

블로그 '무엇인가를 보는 김정일(Kim Jong Il Looking at Things)에 올라온 사진들.

이 블로그는 김 위원장 사망 직후 풍자와 조롱 소재로 화제가 되며 12시간 동안 무려 140만건 이상의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이는 월평균 페이지뷰가 50만건인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이 계정을 개설한 주앙 로차(26)는 CNN에 전했다.

주앙 로차는 포르투갈 리스본에 거주하는 광고회사 Y&R의 아트 디렉터다. 그는 이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는 것을 계속할지 고민했지만, 아직 게시하지 않은 사진이 375장이나 돼 앞으로 블로그 운영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김 위원장의 사진을 올려놓은 미 일간인 보스턴 글로브의 웹사이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 블로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의 사진이 "수면 박탈과 정신 이상을 불러올 정도로 너무 초현실적이어서 블로그를 만들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에 게재된 김 위원장의 사진에서 그는 모두 같은 모자, 같은 선글라스, 같은 외투를 몸에 걸치고 있었으며 이것이 북한에서 선전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는 것. 그는 블로그 소개란에 "이것이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스스로도 모르겠다"면서 "이 사진은 북한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주고 그들의 세계관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보여준다"고 올렸다.

로차는 텀블러 계정과 함께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kimjongillookingatthings)에 이 사이트의 운영 지속 여부를 묻는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19일 오후(현지시각) 3800명이 운영에 찬성했고 100명 정도만이 반대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김정일'이라는 영문이름을 구글 검색창에 입력하면 검색 제시어로 "사망한(dead)", "사망했다(died)"와 함께 "무엇인가를 보고있다(looking at things)"가 나타날 정도로 이 블로그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이 블로그를 흉내 내 북한의 차기 지도자로 부상하는 김정은의 사진을 올려놓는 블로그 '무엇인가 보는 김정은(kim jong-un looking at things)'이 이미 등장했다고도 전했다.

이처럼 김정일 사망 후 이미 예술가과 코미디언들은 그와 북한 사회를 풍자 소재로 쓰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전했다. 한 예술가는 김 위원장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스니커즈를 신으며 그의 임종 자리에 코카콜라를 올려놓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또 다른 이는 김 위원장과 피카추 핵무기를 그렸고 자신의 피를 뽑아 김 위원장의 초상화를 그린 사람도 있었다.

미국의 코미디언들도 김 위원장과 북한 체제를 조롱 중인 가운데 풍자지인 '더 어니언'(The Onion)은 '김정은이 북한이 이끌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미쳤는가'라는 다소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토크쇼 '레이트 나잇'을 진행하는 제이 레노는 "김 위원장이 가짜 비아그라를 판매해 돈을 벌었다. 이 남자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라고 그를 조롱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김 위원장이 이미 2004년에 제작된 애니메이션 'Team America: World Police'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나왔고 각종 패러디 노래가 나오는 등 풍자 소재로 등장해왔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번 '무엇인가를 보는 김정일' 블로그도 결국 '김정일의 사후를 본다', '김정일은 더 이상 무언인가를 보지 않는다'는 의미를 준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