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후(死後) 북한 경제는 어떻게 될까. 김정일 한 사람이 중요 사안을 최종 결정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정일 사망은 북한 경제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최근 북한은 시장 거래를 일부 허용하고, 실패로 끝났지만, 화폐 개혁도 시도했다. 여전히 심각한 식량난 속에 중국과의 경제 협력도 확대하는 추세다. 김정일 사망은 이런 북한 경제와 남북 경제협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북한 경제 전문가 4명의 긴급 진단을 들었다.

지난 2007년 10월 창립 3주년을 맞은 개성공단의 한 신발 공장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북한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개성공단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상만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상만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상만 중앙대 교수(경제학부)는 "가뜩이나 심각한 북한의 식량부족 등 민생경제 상황이 김정일 사망 변수로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구체적인 예산배분 비중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크게 군사와 계획경제로 양분된 재원 배분 비중이 군사부문에 더욱 쏠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의 식량공급은 전체 수요의 3분의 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교수는 "군부 통제력이 약한 어린 후계자 김정은이 민심 동요를 막고 군권을 틀어쥐기 위해 국방비에 제한된 재원을 더욱 쏟아부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지금도 산업가동률이 30% 미만인 상황에서 북한 경제는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도 북한의 군사가동률은 산업가동률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교수는 중국이 북한의 민생고가 지나치게 악화되는 상황을 경계해 정부 차원에서 정책자금 지원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기존에도 두만강 등을 통해 쌀과 자금이 일부 흘러들어 갔지만, 북한은 안정된 지원을 간절히 원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예고 없이 갑자기 죽은 김일성과 달리, 김정일은 한 차례 쓰러진 뒤 죽었기 때문에 북한 내부적으로도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계획)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중국의 안정적인 정책자금과 원조를 얻기 위해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중국 국경 봉쇄 여부가 단기적으로 북한 경제 방향을 가를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북한은 김일성이 죽었을 때 중국 국경 봉쇄를 단행했는데 이번에도 국경을 폐쇄하고 교역을 전면 중단시킨다면 북한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최근의 북한 경제는 내부 개혁보다는 시장 체제로 조금씩 전환하는 단계에 와 있었다"고 분석하며 "일반 주민들은 시장에 의해서 움직여왔기 때문에 김정일 사망이 북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남북 경협은 현재 개성공단 정도가 거의 전부여서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김정일 사망을 어떤 식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남북 경협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교수는 "1994년 김일성 사망 때 경험을 보면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감정적으로 대처한 면이 없지 않았다"며 "정부가 천안함이나 연평도 포격을 김정일에게 책임을 묻는 식으로 묻어버린다면 오히려 남북 경협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경제의 전면 개방은 어차피 한계가 있고, 중국과 교역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국 역시 북한 체제의 안정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북한 경제체제 붕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도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대중(對中)교역 비중이 80%를 넘는데, 앞으로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연구위원은 "북한의 대중 교역의존도는 1999년 20.4%에서 10년 만인 2009년 52.6%로 높아졌고, 한국을 뺀 순수 대외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8.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유 연구위원은 북한경제의 중국 의존도 심화는, 당장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남·북한 경제 상호 보완성에는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기회를 틈타 중국이 북한 자원개발 등 각종 경제 프로젝트를 독식하고 산업입지 선정과 구조조정을 중국의 발전전략 틀 속에서 진행하게 되면 한국은 잠재적인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동북부와 북한의 동반성장전략은 동북아경제중심이 되기 위한 경쟁에서 한국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역할에 대해 그는 "천안함 사태 이후 중단된 남북 경협이 풀리려면 북한의 사과가 전제돼야 하는데,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어서 경제적 원조의 계기를 찾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인도주의적 원조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측면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대결구도를 악화하기보다는 우호적인 조치로 관계 회복을 우선하는 편이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유 연구위원은 주장했다.

◇방태섭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방태섭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방태섭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김정일 사망이 북한 경제 체제 자체의 안정을 훼손할 만큼 우려할 사건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은 부분적이지만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해 왔다"며 "김정일 한 사람이 죽었다고 경제 체제가 급격히 와해하거나 이상 징후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정일 사망으로 내부 반란이나 극심한 주민 동요가 발생하지 않는 한 경제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방 연구원은 중국이라는 거대 경제 지원국이 있다는 점도 북한 경제 체제 안정을 도울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북한이 추진해온 대외 개방 정책은 전면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개성공단 등 남북 경협은 유지되겠지만 추가 경협 논의는 앞으로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는 "북한은 대외 협력 부문에서는 남·북·러 가스관 협력 사업이나 중국과 경협 문제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다"며 "개혁·개방 노선을 완전히 취소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새로운 진척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아직 탄탄하지 않은 상황에서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폐쇄 정책을 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방 연구원은 앞으로 3~6개월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방 연구원은 "앞으로 김정일 장례 문제나 내부 체제 결속 문제가 북한 경제의 앞날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