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쏘나타와 기아자동차 쏘렌토R. 하나는 중형세단이고, 하나는 스포츠유틸리티비이클(SUV)이다. 전혀 다른 차다. 길이나 높이도 다르고 엔진과 출력 등 어느 하나 비슷한 구석이 없다. 그러나 이 차들은 '배 다른 형제'라 할 수 있다. 껍데기를 벗긴 뒤 뼈대를 발라내고 나면, 마지막에 남은 차의 밑판, 즉 플랫폼의 원형이 같기 때문이다.

쏘나타와 K5, 그랜저와 K7, 투싼ix와 스포티지R 등은 쏘나타와 쏘렌토R의 관계보다 더 가까운 '이란성 쌍둥이' 사이다. 플랫폼도 같고 엔진과 변속기까지 공유하기 때문이다. 겉만 다른 차다.

이 차들은 모두 현대·기아차가 공동 개발한 신형 중대형 플랫폼 'Y4'를 늘리거나 구조물을 덧댄 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세단용 플랫폼이 SUV에 활용될 때는 보강재를 덧대거나 강성을 높이는 구조물을 넣는다. 기본형 플랫폼의 앞과 뒤를 늘리고 구조물을 붙여 크기를 키울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현대·기아차는 중소형 플랫폼으로 아반떼와 i30, 쏘울 등을, 대형 플랫폼으로 제네시스와 에쿠스를 만든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와 K5, 그랜저와 K7의 경우, 플랫폼과 엔진·변속기를 모두 공유하기 때문에 형제 회사끼리 막대한 투자비를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폴크스바겐그룹도 현대·기아차처럼 이란성 쌍둥이 만들기로 재미를 보고 있다. 폴크스바겐 브랜드의 고급 SUV인 투아렉과 자회사인 포르쉐의 카이엔, 아우디 Q7은 모두 'PL71' 플랫폼으로 만들어졌다. 브랜드 이미지와 인테리어 자재에 따라 가격은 1000만원 이상 차이 나지만, 모두가 제각기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스포츠카만 생산하던 포르쉐는 투자비를 아끼기 위해 폴크스바겐과 함께 SUV용 플랫폼을 공동 개발했다. 다만 각 브랜드별 특성에 맞게 엔진의 출력을 조정하고 변속기와 구동 시스템에 변화를 줘서 '집안 싸움'이 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폴크스바겐그룹의 또 다른 고급차 자회사인 벤틀리도 2014년 이 플랫폼을 응용해 '벤틀리 SUV'를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