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다가 올 초 퇴직한 박모(56)씨는 지난 10월 말 집을 한 채 더 사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서울 강서구에 전용면적 42㎡(12.7평) 아파트를 은행 대출 없이 2억원에 매입해 보증부 월세로 세를 놨다. 보증금 2000만원에 월 70만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투자금 대비 연 수익률이 4.7%다. 현재 시중은행 정기예금은 연 4% 안팎이지만 세금 등을 제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박씨는 "투자금액이 크지 않고 각종 세금 혜택도 받을 수 있어 임대사업을 하게 됐다"면서 "주변에 작은 집을 1~2채씩 사서 월세 놓은 친구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집을 사서 임대 놓는 주택 매입 임대사업자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신규 등록한 사업자만 작년의 2배를 넘어섰다. 연말이면 전국의 임대사업자가 처음으로 4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다주택자는 144만명(2010년 인구센서스 기준)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등록하지 않고 임대사업 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임대사업자는 수십만 명에 달할 것"이라며 "주택 임대사업이 이제 재테크 시장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 5000명 새로 등록
올 들어 신규로 등록한 주택 매입 임대사업자는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15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으로 신규 등록한 임대 사업자는 570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08명)보다 170% 증가했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주택도 2만4671가구로 작년보다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월평균 150~200명 선이던 임대사업 신규 등록자는 올해는 평균 300~400명으로 늘었다. 특히 '8·18대책' 발표로 임대주택 등록 요건이 3가구에서 1가구로 낮아지면서 9월 736명, 10월 937명, 11월 761명 등으로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신규 등록자가 1590명으로 작년보다 1000명 이상 증가했고, 경기도 역시 1500명에 육박했다. 집값이 강세를 보였던 지방은 수도권보다 증가 폭이 더 크다. 부산·대구·대전·광주·제주 등지는 작년보다 신규 등록자가 3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7년 이후 임대사업자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었다"면서 "현재 추세라면 올해 임대사업자가 전국적으로 4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작년 말 현재 전국 임대사업자는 3만4000명이며 이들이 임대 중인 주택은 26만여 가구에 달한다.
◇양도세 등 세제 혜택 많아
임대사업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전·월세를 찾는 임대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임대료도 뛰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전국 전세금은 12%가 뛰었다. 2002년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1~2인 가구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월세도 갈수록 늘어나면서 임대사업 기반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의 수익률은 다른 상품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현재 주택 월세 수익률은 연평균 5~7%로 추산된다. 이는 정기예금 금리(4% 안팎)는 물론이고 국고채나 회사채 수익률(3~4%)보다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임대주택으로 많이 활용되는 소형 주택은 계속 매매가격이 오르고 있어 장기적으로 시세 차익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각종 세제 혜택이다. 집을 2채 이상 보유한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절세(節稅) 측면에서 유리하다. 주택 보유 시 내야 하는 재산세는 100% 면제받거나 주택 크기에 따라 25~5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임대요건만 맞추면 사실상 면제된다. 예컨대 본인 소유의 5억원짜리 주택 외에 전용면적 60㎡, 시가 3억원짜리 주택 2채를 갖고 있을 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쳐 연 325만원에서 169만원으로 거의 절반쯤 세금이 줄어든다.
임대사업 문턱도 낮아졌다.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임대주택 요건이 3가구 이상에서 1가구 이상으로 완화됐다. 매입 임대사업자가 거주하는 주택 한 채는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해 주는 파격적인 조치도 나왔다. 코리아베스트 주용철 세무사는 "임대사업자가 늘어나면 주택 거래에 어느 정도 숨통이 틜 수 있다"면서 "사업자가 늘어나면 전·월세 공급이 늘어 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