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건설 시장에서 쌍용건설의 주무대는 고급 건축 분야다. 올해 말레이시아에서 3000억원 규모의 최고급 주거시설을 연이어 수주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6월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최고 번화가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인근에 프랑스의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르 누벨 레지던스'를 짓게 된 것. 쌍용건설은 르 누벨 레지던스를 이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 계획이다. 외부에 커튼월 방식으로 넝쿨무늬가 인쇄된 유리가 포함되고 각 층에 넝쿨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화단을 설치해 보는 각도와 조명에 따라 넝쿨식물이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독특한 모습을 연출할 예정이다.

쌍용건설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준공한 공사비 1조원 규모의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쌍용건설은 8월에도 쿠알라룸푸르 신흥 번화가 다만사라 하이츠에 짓는 지상 30층짜리 2개동, 268가구의 규모의 '다만사라 시티 레지던스'를 수주했다. 5성급 호텔이 포함된 고급 아파트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각 지역에서 랜드마크가 되는 고급 건물을 집중 수주해 건축과 토목 분야에 강점을 가진 회사의 역량을 더욱 키우고 시장 다변화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고급건축 시장의 선두주자

쌍용건설은 건설 전문지인 미국 ENR이 1998년 발표한 호텔시공 순위에서 세계 2위를 기록한 이후 최근까지 고급 건축으로 불리는 호텔만 1만3000객실을 시공한 실적을 쌓았다.

1986년 세계 최고층 호텔로 기네스북에 오른 싱가포르의 '스위스 호텔 더 스템포드'(73층)를 포함한 래플즈 시티를 성공적으로 시공한 게 시작이었다. 당시 국내 최고층 건물은 31층에 불과했고, 전 세계적으로도 73층 높이의 호텔을 시공한 사례가 없었다.

또 1980년대 말 국내 최초의 해외 호텔 투자 개발사업인 미국 애너하임 메리어트 호텔 프로젝트를, 1990년대 말에는 두바이 3대 호텔 중 2곳인 주메이라 에미리트 타워 호텔과 두바이 그랜드 하얏트 호텔을 잇달아 시공했다.

지난해 완공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은 쌍용건설이 거둔 고급건축 분야의 최대 성과 중 하나다.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은 별도의 지지대 없이 지상 23층, 70m 높이까지 최고 52도로 기울어진 건물을 포함한 호텔 3개동을 짓고 지상 200m 상공에서 건물 3개를 스카이파크로 연결했다. 쌍용건설은 디자인 원안대로 27개월 만에 1200만 시간 동안 재해 없이 건물을 완공했다.

이런 실적은 올해도 말레이시아 고급 레지던스인 '르 누벨 레지던스'와 '다만사라 시티 레지던스' 수주로 이어졌다. 지난 10월에는 아프리카 적도기니에서 3.3㎡(1평) 당 공사비가 4000만원에 달하는 최고급 건축물인 대통령 영빈관 '몽고모 리더스 클럽' 공사도 수주했다.

기술력으로 고부가가치 공사 잡는다

쌍용건설은 올해 말까지 1조2000억~1조3000억원가량의 수주고를 더 올려 창사 이래 최대 해외 수주고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토목 분야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쌍용건설은 현재 싱가포르에서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와 '도심 지하철 2단계 921공구'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는 구간이 1㎞에 불과하지만 총 공사비가 8200억원에 달한다. 공사구간 중 절반 이상이 불안정한 매립지 지하를 관통하는 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도심 지하철 2단계 921공구 공사도 그동안 국내 업체가 수행한 해외 철도·지하철 공사 중 최대 규모이자 싱가포르 역대 지하철 공사 중 최고 난이도로 평가받고 있다고 쌍용건설은 밝혔다.

올해도 인도네시아 쓰나미 피해 복구공사 중 최대 규모인 아체도로 복구와 신설 공사를 완공했고, 파키스탄에서는 카라치항 부두 재건공사 등을 시공 중이다. 지난 8월에는 4730만달러 규모의 베트남 해안도로 공사도 수주하는 등 지역 다변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