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를 종료하고 4세대 서비스(4G LTE)를 시작하려다 2G 사용자들의 반발에 밀려 난항을 겪고 있다. 2G는 음성과 문자메시지 위주의 간단한 서비스이고, LTE는 초고속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첨단 서비스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7일 "2G 사용자들에게 피해가 우려된다"며 2G 서비스를 유지하도록 결정하는 바람에 KT와 스마트폰 제조사·통신장비 업체 등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KT는 지난 8일부터 서울 지역에서 LTE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전국 대리점 3000여곳은 LTE 개시를 알리는 홍보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이날 오전에 급히 거둬들였다. KT는 LTE 서비스 발표 행사를 무기 연기했다. 또 2G 서비스를 계속하려면 연간 1000억원의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간다. KT 고위 관계자는 "소수의 2G 사용자 때문에 1700만 KT 이동통신 고객이 불편을 겪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의 한 KT 매장에 붙어 있는 4세대 이동통신(LTE·Long Term Evolution) 서비스 안내 광고판. KT는 이날 2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종료하고 현재 주로 사용하는 3세대 이동통신보다 5배 빠른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법원의 집행정지 판결로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LTE용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이들은 KT에 1차로 LTE 전용 스마트폰 15만대를 납품할 계획이었으나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 세계 LTE폰 점유율 30% 이상을 목표로 삼았지만 주요 공급처인 KT의 서비스 연기로 인해 전체 판매량이 줄어들 판이다. 팬택도 최근 LTE 스마트폰 '베가M LTE' 개발을 완료했으나 아직 KT에 공급할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LTE 통신망 구축을 담당하는 시설공사 업체도 보유 장비와 자재를 묵히고 있다.

하지만 KT의 2G 가입자들은 "KT 직원들이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 2G 서비스를 해지하라고 귀찮게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는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관련 민원 1000여건이 접수됐다. 일부 사용자들은 "시민단체와 연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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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인 SK텔레콤LG유플러스는 지난 7월부터 LTE 서비스를 시작해 총 가입자 9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연말까지는 12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내년 3월까지 세계 최초로 전국 모든 지역에 LTE 통신망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KT의 상황이 경쟁사에 꼭 유리한 것은 아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여유 주파수에서 LTE 서비스를 시작해 기존 2G 사용자와 마찰이 없었다. 하지만 향후 신규 서비스를 하면서 2G 서비스를 종료하려면 난항이 예상된다. SK텔레콤의 2G 사용자는 700만명, LG유플러스는 900만명에 달한다. 특히 SK텔레콤의 2G 가입자는 '011' 번호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2G 서비스 종료 계획은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연스럽게 2G 이용자가 줄어들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