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적인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지능형전력망) 설비만 갖췄어도 지난 9월 한국에서 발생한 전력 대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식경제부 초청으로 방한한 귀도 바텔스(Guido Bartels) 세계 스마트그리드 연협회장은 20일 “스마트 그리드 기본 설비인 스마트 미터만 설치해도 전력 소비가 4~6% 줄어든다”고 말했다. 스마트 그리드란 각 가정이나 공장에서 전기 사용량과 요금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절전 효과를 거두고 발전소도 효율적으로 가동하도록 만드는 지능형 전력망. 스마트 미터란 전기 사용량을 사용자와 공급자 모두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똑똑한 계량기다.

귀도 바텔스(Guido Bartels) 세계 스마트그리드 연협회장.

IBM 에너지 유틸리티부문 사장이기도 한 바텔스는 “지난 9월 전력 대란의 원인은 늦더위로 갑자기 전기 소비량이 늘었지만 이를 제대로 파악해 대처하지 못한 것”이라며 “스마트 미터만 있었어도 전력 대란은 없었을 것”이라 설명했다.

“실시간 전력 소비를 알려주는 것이 스마트 그리드의 시작이라면 인터넷·가전 기기·스마트 그리드를 연결하는 것이 중간 단계입니다. 세탁기에 넣어 둔 빨래가 새벽이나 한밤 전력소비가 낮을 때 돌아갑니다. 사람이 집에 들어오면 냉난방기가 작동하고 나가면 멈추죠.”

그는 “스마트 가전과 스마트 그리드가 만나면 전기 소비량이 15%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단계는 소비자가 전력을 파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 지붕에 있는 태양광 발전 설비로 전기를 만들어 축전지에 저장해 두었다가 전력소비가 많은 시간에 전기를 판다”는 설명이다.

“미국 전력 연구소(EPRI)는 미국의 경우 향후 20년간 스마트 그리드에 5000억 달러를 투자하면 발전 설비를 만들고 발전에 사용할 돈 2조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 놓았습니다.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하면 발전소 625개를 만든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고 합니다.” 바텔스 회장은 “스마트 그리드를 만드는 작업은 하늘을 나는 여객기를 수리하는 것처럼 돈이 많이 들고 어렵지만 그 효과는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가 ‘그린 레이스’(스마트 그리드 등을 통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경쟁)를 시작했습니다. 정보·전자·발전 등 기술을 고루 갖춘 한국은 향후 스마트 그리드 강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