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한 보세창고. 지게차와 트럭이 분주히 오가는 대형 창고엔 중국에서 수입한 김치 상자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냉장칸을 갖춘 5t 트럭들이 김치 냄새가 진동하는 창고에서 김치 상자를 옮겨 싣고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중국산 김치는 컨테이너선에 실려 평택항을 비롯해 인천·부산항 등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다. 40피트 컨테이너 하나에는 보통 10㎏ 단위로 포장된 김치 2500 상자 정도가 실린다. 김치 수입업체는 냉장차를 이용해 수입 김치를 중간 유통상인 대리점으로 운반한다. 대리점은 다시 중소 급식업체나 식자재 회사, 자체 식당을 운영하는 공장, 예식장을 낀 뷔페식당 등 일선 식당에 중국산 김치를 공급하고 있다.

한 김치 수입업자는 "올해는 수입업자들이 전반적으로 취급 물량을 늘렸다"며 "우리는 일주일에 2~3번 물건을 받는데, 대형 수입업체들은 매일 컨테이너 1대씩을 내린다"고 말했다.

중국산 김치 수입액, 10월에 이미 작년 총액 초과

배추 가격이 작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해 폐기 처분하는 농가까지 나오는 형편이지만 올해 중국산 김치 수입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29일 현재 농수산물유통공사의 배추 1㎏ 평균 도매가격은 34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가격(1038원)보다 67.2%나 떨어졌다. 이처럼 배추 가격이 폭락한 것은 재배 면적 증가로 공급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김장 배추 재배 면적은 1만7326㏊로 작년보다 28.0%(3786㏊) 늘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배추값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지난 23일까지 배추 3만t을 사들여 폐기했고, 다음 달 10일까지 배추와 무 6만5000t을 시장에서 격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10월까지 김치 수입액은 총 1억355만달러(약 1185억원)로 이미 지난해 전체 수입액(1억201만달러)을 넘어섰다. 수입량을 보면 10월까지 19만5t으로 작년 같은 기간(14만9600t)보다 27%나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총 김치 수입량은 23만t을 넘어서 사상 최대였던 2008년 기록(22만2369t)을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의 4분의 1 가격, 식당가 점령한 중국산 김치

업계에선 '아무리 국내산 배추값이 떨어져도 중국산 김치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기에는 이미 역부족인 상황에 빠졌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중국산 김치 가격 경쟁력이 월등하다는 뜻.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10월 말을 기준으로 중국산 김치 10㎏당 국내 수입 원가는 5390원, 수입업자들이 국내에 파는 가격은 7590원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3만원 안팎인 국산 김치 10㎏은 중국산 김치보다 4배 가까이 비싼 셈. 대형마트 반찬 코너에서 판매되는 국산 배추김치는 100g에 900원 선으로 10㎏으로 환산하면 9만원이나 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해 배추값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고춧가루 등 양념 종류 가격은 부쩍 올랐다"며 "가격만 놓고 보면 중국산과 경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양모(36)씨는 "국산 김치는 아무리 싼 것을 써도 중국산보다 배 이상 비싸다"며 "음식값을 올리면 손님이 확 줄어드니 반찬 가격이라도 줄여야 장사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중국산 김치가 맛도 괜찮아 손님들의 불평을 들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 김치 수입업자는 "중국 내 김치 공장은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철저히 한국 사람 입맛에 맞춰 김치를 담근다"며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위생 문제만 터지지 않는다면 중국산 김치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