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시작된 SK텔레콤의 하이닉스반도체인수 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 회사인 하이닉스를 품에 안기 위해 인수의향서 제출(7월 8일), 본입찰 참여(11월 10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11월 11일), 지분인수계약(11월 14일) 등의 과정을 거쳤다. 여기에 본입찰 참여 직전에 터진 검찰의 SK그룹 압수수색 영향으로 한때 '인수가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악재를 무릎쓰고 인수를 강행했고, 현재 9부 능선을 지난 상태다. 이제 남은 것은 현재 진행중인 정밀실사와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 인수대금 납부 절차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가 단독 입찰로 진행되면서 인수가를 낮출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특히 1999년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할 때와 비교하면 싼 값에 하이닉스를 잡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SKT "이상無…일정대로 인수절차 진행할 것"
SK텔레콤은 지난 14일 하이닉스 채권단과 하이닉스가 참여한 가운데 총 발행주식(신주 포함)의 약 21.1%에 해당하는 1억4610만주를 3조4267억원에 매입하는 지분인수계약을 맺었다. 1주당 인수가격은 구주 2만4500원, 신주 2만3000원이다. 주당 평균 인수금액은 2만3454원이며, 본입찰 참여일의 종가(2만1500원)를 감안할 때 약 9.1%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줬다.
SK텔레콤측은 현재 진행중인 정밀실사를 이르면 연내 끝낼 전망이다. 정밀실사 과정에서는 서류상에 표기된 자산가치를 분석하고, 부실자산이나 우발채무 등 계약직전에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사항들을 점검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실상 지분인수계약을 맺으면서 인수와 관련된 중대한 절차는 모두 끝났다"며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밀실사 과정에서 일부 인수가 조정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통상적으로 M&A 과정에서 막판까지 인수자는 인수가를 한푼이라도 더 깎을려는 노력을 한다. 이번 하이닉스 인수건과 관련해서도 인수가가 지분계약 때와 달라질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이닉스 인수는 정밀실사와 인수가 조정이 끝난 뒤 공정위와 하이닉스의 해외법인이 있는 현지 심사당국의 승인을 거쳐 인수대금을 납부하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된다.
◆ 하이닉스 몸값 제대로 평가됐나
하이닉스가 사실상 SK텔레콤의 손에 넘어갔지만 인수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가 됐는 지에 대해서는 이견도 있다. 이번 건이 단독입찰로 진행됐다는 점과 인수 직전 '인수포기' 루머로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실제 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 7일부터 본입찰참여일인 10일까지 나흘 연속으로 하락하면서 2만4000원대에서 2만1000원대로 떨어졌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인수가격이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로 책정되기는 하지만, 만약 경쟁 입찰이었다면 지금보다 10~15%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 지불했을 것으로 본다"며 "시점상 반도체 경기가 저점이라는 점도 인수자에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이번 인수는 99년 5월에 있었던 현대전자의 LG반도체 인수와 비교할 때 인수가격이 낮았다는 지적이다. 당시 현대전자는 LG반도체의 주식 59%를 2조5600억원에 사들였다.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와 비교할 때 주식비율이 두배 이상 높았지만 1999년은 외환위기 직후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렸다는 점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지금의 가격이 높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교보증권 김영준 애널리스트는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했을 때 인수가 외에 차입금을 포함하면 9조에 가까운 돈을 지불한 셈"이라며 "당시 LG반도체의 매출이 2조원 정도였고, 현재 하이닉스의 매출이 10조원을 상회하는 것을 감안하면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현재가 월등히 높다"고 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어 "시장 상황도 10여년 전에 비해 하이닉스에 우호적이어서 SK텔레콤의 인수가는 LG반도체 인수 때에 비해 싸다"고 지적했다.
해외의 경우 지난 2006년 네덜란드 필립스가 자사 반도체사업부문의 지분 80.1%를 사모펀드에 83억유로(약 10조2000억원)를 받고 팔았다. 당시 필립스 반도체사업부문의 매출은 60억달러 수준이었다. 비메모리를 주력으로 하던 필립스와 메모리전문인 하이닉스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SK텔레콤의 인수가는 필립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