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처럼 뇌가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뇌기능을 상실하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에 걸려 숨진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CJD증상이 나타나 유사CJD 진단을 내린 일은 있지만 생체 검사를 통해 CJD로 공식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29일 질병관리본부와 한림대의대 김윤중 교수에 따르면 감각장애와 정신이상, 운동장애 증세를 보이다 숨진 54세 여성의 뇌조직을 꺼내 분석한 결과 '의인성 CJD'환자로 최종 판명됐다.

CJD는 치매 증상과 함께 운동 능력을 잃어 결국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잠복기간이 20년이 넘을 정도로 길지만 발병된 뒤에는 생존기간이 1년 미만일 정도로 짧다.

CJD는 광우병에 걸린 소의 변형 프리온을 다량 먹을 때 생기는 인간광우병인 변종CJD(vCJD)와 수술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되는 '의인성 CJD', 노화 때문에 발생하는 '산발성 CJD', 유전자 결함으로 걸리는 '가족성 CJD'으로 크게 나뉜다.

이번에 드러난 의인성 CJD는 주로 사망자의 뇌 경질막 이식, 뇌하수체 호르몬 이식, 각막 이식, 신경외과의 감염된 수술 장비 통해 전염된다. 지금까지 20개국에서 총 400건 이상의 사례가 보고됐다.

보건 당국의 조사 결과 이 환자는 1987년 뇌종양 중 하나인 뇌수막종으로 절제 수술을 받고 다른 사람의 뇌조직에서 가져온 경질막을 이식받은 뒤 CJD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질막은 몸의 감각과 운동을 조절하는 중추신경계를 둘러싼 3개 뇌막 가운데 가장 바깥쪽에 있다.

이 환자는 CJD에 감염된 줄 모르고 살다가 2010년 6월 몸에 힘이 빠지고 얼굴과 오른쪽 발가락의 감각이 무뎌지는 운동 장애와 함께 근육이 갑자기 수축하는 경련 증세가 나타난 뒤 큰 병원으로 옮겨졌다.

환자는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자기공명영상(MRI)에서 별다른 증상이 포착되지 않았지만 그뒤 1년간 공포증과 급격한 감정변화, 환각증이 나타나며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팀은 사망 환자의 뇌경질막을 추출해 동물 뇌에 이식하는 실험을 통해 신경세포 주위에 광우병과 CJD의 유발 요인으로 지목되는 프리온 단백질이 침전된 사실을 확인했다.

프리온은 뇌에 분포하는 단백질로 건강한 사람의 몸속에 존재하는 정상 프리온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구조가 바뀐 변형 프리온은 광우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이런 내용을 7월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하고 관련 논문을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11월호에 소개했다.

이번 환자는 사망자의 뇌조직에서 추출한 '라이요두라(Lyodura)'라는 제품의 뇌경막을 이식받은 후 이 질환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 추가 피해 환자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사망 원인으로 추정되는 '라이요두라' 제품은 잠시 수입이 중단됐다가 다시 일선 병원에서 아무런 경고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987년 CJD 오염을 우려해 이 제품 수입을 경고했고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이 제품과 CJD환자의 관련 사례를 조사한 바 있어 안전성 확인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일단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추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국내 CJD 환자 실태에 대한 역학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일단 사망 환자가 제품을 이식한 1987년을 전후해 국내 대학병원에서 시행한 이식사례와 제품 사용현황, 환자발생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추가 환자 파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병원과 환자의 동의를 얻어 개인의료정보를 열람해야 하는 데다, 조사 시점도 1987년 이후라서 자료를 찾는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CJD의 잠복기가 최소 10년 이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데다 국내에선 생체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후에야 확인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