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개인용 컴퓨터를 켜면 모니터 바탕화면에 여러개의 바로가기 아이콘들이 배열돼 있다. 우리는 필요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필요한 파일을 폴더에서 찾을 때 마우스를 이용해 더블클릭을 한다. 특히, 자신이 필요한 파일을 찾을 때는 상위 폴더에서 하위 폴더로 내려가며 일일이 검색해야 한다. 이런 형태를 계층구조(Hierarchy structure) 방식이라고 한다. 계층구조 방식은 하드디스크 안에 저장된 프로그램과 파일이 적을 때는 손쉽게 원하는 파일을 찾을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저장용량이 늘어나면 찾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파일 용량이 특정 파일 위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나면 윈도 검색기를 이용하지만, 이 역시 정확한 파일이름을 모르면 검색이 어렵다. 계층구조 방식은 윈도 이전의 컴퓨터 운영체계인 도스(DOS)에서 사용되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현재 컴퓨터 저장장치가 도스 때 사용되던 '2D디스켓(360KB)' 용량의 146만배에 달하는 500GB 하드디스크를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계층구조 방식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방식은 최신기기인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도 그대로 적용돼 있다.

권오현(왼쪽)와 최정홍(오른쪽)씨가 자신들이 개발한‘스트라타 트리맵’의 개념도를 선보이고 있다.

최정홍(26)씨와 권오현(22)씨는 대부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 계층구조 방식에 의문을 가지면서 새로운 발상을 하게 됐다. 작년 아주대 미디어학부 2학기 '정보디자인'수업에서 당시 학부 4학년과 3학년이던 최씨와 권씨는 수업을 맡은 이경원(미디어학부) 교수로부터 '정보를 시각화하라'는 학기 과제를 받았다.

최씨는 "과제를 받고 처음 주목한 것은 일정관리 프로그램이었다"며 "일정이 있건 없건 똑같은 크기의 빈칸에 일정을 채워넣는 기존 일정관리 방식이 비효율적이란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용의 중요도에 따라 면의 크기를 달리하는 '트리맵(Tree Map)'방식을 일정관리에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트리맵 방식은 면의 크기에 따라 한번에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정보의 상·하위 계층구조를 가늠할수 없는 단점도 있었다.

권씨는 "트리맵을 구(球)의 표면위에 그린다고 가정하고 그린 면을 그대로 수직으로 올려봤다"며 "2차원 평면에 표시했던 면을 구 표면에 그려 수직으로 올리니 입체적인 계층구조가 표현되면서 한눈에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들은 트리맵을 구 모양으로 입체화한 '스트라타 트리맵(Strata Treemap)'의 최초 아이디어를 수업 과제로 제출했다. 과제를 받아본 이경원 교수는 아이디어의 가치를 한눈에 알아봤다.

이 교수는 "두 학생의 아이디어는 단순한 일정관리뿐 아니라 아이팟이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정보 시각화 방식이었다"며 "계층구조를 가지는 모든 정보를 입체로 표현해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신선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개발한 스트라타 트리맵을 MP3플레이어에 적용하면 자신이 자주 듣는 음악 폴더는 큰 입체로 표시해 좋아하는 음악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또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적용하면 수많은 폴더로 나눠진 기존의 파일들이 하나의 구 위에 표현돼 한눈에 파일의 용량과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파일을 찾기위해 이리저리 폴더를 찾는 수고를 덜 수 있다. 계층구조와 트리맵의 평면구조의 장점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수업 과제물로 시작한 이들의 스트라타 트리맵은 지난 8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시그래프(SIGGRAPH) 2011'에도 초청됐다. 시그래프는 미국컴퓨터학회(ACM)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의 컴퓨터 그래픽스 국제 콘퍼런스로 최신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의 경연장이다. 스트라타 트리맵은 학생연구부문에서 학부생으로는 유일하게 25개 출품작이 겨루는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준결승 진출작 가운데 한국 출품작 역시 스트라타 트리맵뿐이었다.

권씨는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입체인 구 위에 정보를 표시한다는 재미적 측면에서도 삼성과 애플 등의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포토샵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 그래픽 소프트웨어 회사인 어도비(adobe)사 관계자는 스트라타 트리맵의 특허출원을 권유했고 최씨와 권씨는 지난달 말 특허청에 특허출원을 마쳤다. 현재 연세대에서 관련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최씨는 "앞으로 연구 결과를 더 정리해 해외 유수학회지에 투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제자들이 학부수업을 통해 시작한 연구를 발전시켜 얻은 성과라 그 의미가 더욱 크다"며 "국내 특허 확보에 맞춰 향후 스트라타 트리맵에 대한 국외 출원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