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재규어랜드로버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콘셉트카 LRX의 디자인을 구현한 양산형 모델 '이보크'가 출시됐다.

레인지로버의 새로운 엔트리급(소비자가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사양을 줄인 차량) 모델인 이보크는 여심(女心)을 사로잡을 수 있는 디자인·성능·연비를 동시에 갖췄다는 게 재규어랜드로버의 설명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출시한 '이보크'의 주행모습

27일 시승에 사용된 차량은 2.2L(리터) 터보 디젤 엔진을 장착한 5도어 차량이다. 시동을 걸자 중저음의 배기음이 차내를 감쌌다. 운전의 흥을 더하는 '사운드제너레이터' 소리다.

재규어랜드로버 관계자는 "이보크의 경우 소리를 차단하는 차음재와 소리를 흡수하는 흡음재를 적절히 사용해 소음과 진동은 줄였다"며 "또 사운드제너레이터를 적용해 엔진소음을 운전의 흥을 돋구는 '엔진사운드(Sound)'로 승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승은 부산 해운대에서 출발해 울산시 간절곶을 거쳐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돌아오는 총 168km.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 주로와 선회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산길과 최고속도를 느낄 수 있는 고속도로가 골고루 분포된 구간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원형 변속기 모습, 차량 실내인테리어, 스티어링 휠 모습, 계기판의 모습

가속페달의 반응은 민첩했다. 혹시 스포츠모드(일정 RPM이 유지돼 반응력과 가속성을 높인 주행패턴)로 돼 있지를 살펴봤지만, 기본모드였다. 기본모드에서도 살짝 밟아도 치고 나가는 힘이 대단했다. 반면 차가 막히는 일부 도심지역에서는 빠른 반응에 적응이 어려워, 제어가 다소 힘들었고 급출발을 하기도 했다.

두툼한 가죽소재의 스티어링 휠(운전대)은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다. 도심지역을 벗어나 커브길이 많은 산길을 달려봤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민첩해 운전자의 의도대로 움직여줬다. 덩치가 큰 스포츠유틸리티비히클(SUV)임에도 불구하고 각이 깊은 코너에서 날카로운 선회능력을 보여줬다.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정속구간(시속 80㎞ 이하)에서는 엔진 소리와 바람 소리가 조금 들렸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속 100㎞가 넘어서는 고속주행 상태로 접어들자 상황이 달라졌다. 높아진 RPM(분당엔진회전수)때문인지 엔진음과 바람이 부딪치는 풍절음이 심했다. 또 창가와 파노라마 선루프의 이음새 부분이 바람에 흔들리는 지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운전자와 탑승자의 신경을 거슬릴 만큼 반복적인 소리였다.

부산의 야경을 배경으로 주차된 이보크의 모습

재규어랜드로버가 강조하는 이보크의 가장 큰 무기는 혁신적인 디자인이다. 차량 지붕을 말하는 '플로팅 플로워'는 차량 뒤쪽으로 갈수록 점점 낮아지는 쿠페스타일로 덩치가 큰 SUV임에도 날렵한 느낌을 준다.

재규어랜드로버 측은 "이보크의 개성 있는 디자인은 쿠페 SUV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천공패턴(구멍이 송송 뚫린 방식)을 활용한 두개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잘깎아진 헤드램프는 기존 오프로드 차량으로서의 묵직함과 강력한 파워를 느낄 수 있게 해 랜드로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이보크는 엔트리 모델급이지만 오프로더를 위한 다양한 기능들이 탑재됐다. 3세대 매그니라이드 연속 가변 시스템이 적용돼 도로상황에 따라 서스펜션(현가장치)의 강성이 자동이 조절된다. 또한 랜드로버의 특허기술인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이 적용돼 일반주행·모래밭·산길(흙)·경사로 등의 4가지 주행모드를 지원해 기어박스에서 조절하면 된다.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 호텔앞에 주차된 이보크의 모습

차량 실내 디자인을 보면 기어봉이 따로 없는게 눈에 띈다. 원형의 손잡이로 돌려서 기어를 변속하는 방식으로 단순하다. 그러나 수동스틱이 없어 뭔가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느껴졌다. 계기판은 차량 정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깔끔히 정리됐다.

재규어랜드로버 측은 "전체적으로 단순함과 편안함을 강조하기 위해 검은색 가죽소재의 수평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를 메탈소재로 감쌌다"면서 "정해진 사전 규칙에 따라 꿰매진 이중 스티칭(실선)은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고 실내인테리어에는 10㎡ (3평) 규모의 옥스포드(Oxford) 가죽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 1층 로비에 이보크 차 한 대를 전시해 놨다. 이날 차량의 디자인을 꼼꼼히 확인하던 이소라(32·직장인)씨는 "차를 워낙 좋아하는데 인터넷을 통해 보던 이보크 차량을 실물로 보니 생각보다 작고 예뻐,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 것 같다"면서 "기존 레인지로버는 너무 커서 여성들이 운전하기 부담스러웠지만, 이보크는 여성적인 디자인은 물론 트렁크도 넓어 시장이나 백화점 쇼핑을 하러 갈 때도 무리 없이 끌고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센터페시아, 운전석 옆면 모습, 야경의 이보크의 모습, 실내 인테리어 정면 모습

이보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던 이씨에게 8390만원이라는 가격에 대해 설명하자 반응은 다소 달라졌다. 그는 "가격이 생각보다 비싼 것 같은데, 우선 8000만원이면 일반 직장인들이 구매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번에 시승한 이보크 2.2L 디젤모델은 2.2L 터보 디젤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190마력, 가속력을 의미하는 최대토크 42.8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공인연비는 L당 13.7㎞다. 이와 함께 기존 3.2L 엔진에서 다운사이징 돼 출시된 휘발유 2.0L 모델은 2.0L Si4 휘발유 엔진을 적용해 최대출력 240마력과 최대출력 34.7kg·m의 힘을 발휘한다. 공인연비는 L당 10.3㎞다. 가격은 사양에 따라 7710만~9090만원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이보크의 경우 무거운 강철소재를 대신해 알루미늄, 마그네슘, 폴리카보네이트 등 무게는 가볍지만 강철보다 2배 이상 단단한 소재를 많이 사용했다"면서 "공차중량(연료·냉각수·오일 등 차량이 운행될 수 있도록 기본적인 것들이 채워진 상태에서 측정한 무게)을 100~150kg가량 줄여 가속성능과 연비 등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