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2004년 4월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한국의 대(對) 칠레 무역적자가 7년 연속 이어지며 총 89억달러의 적자를 봤다고 지적했다. 이후 진보 매체와 시민 단체들은 이를 한·미 FTA 반대 근거로 자주 거론했다. FTA가 우리나라의 무역에 오히려 해(害)가 된다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런 주장은 상황을 교묘하게 왜곡한 것이다.

칠레와의 FTA 교역으로 적자가 난 건 우리나라 공산품 제조에 필수적인 구리 수입 때문이었다. 칠레는 세계 최대의 구리 생산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이 칠레로부터 수입하는 구리는 매년 총수입액의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연 등 다른 광물자원까지 포함하면 칠레로부터의 총수입액 중 80%를 넘어선다. 특히 t당 2000~3000달러였던 국제 구리 가격은 2006년 이후 6000~ 7000달러로 급등하면서, 금액 기준으로 구리 수입액이 크게 늘어났다. 구리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자원이기 때문에 FTA가 아니더라도 수입이 불가피하며, 수입되더라도 국내 산업의 피해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칠레와의 FTA를 통해 구리에 대한 관세(3%)가 사라지고 안정적 자원확보 발판이 마련됐다고 진단한다.

구리를 제외하면 한국의 대 칠레 무역수지는 매년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폭도 2003년 2억달러에서 2006년 7억4300만달러, 작년 17억달러로 FTA 이후 급증세를 보였다. 칠레에 수출되는 한국 상품의 평균 관세율이 FTA 발효 전 6.0%에서 발효 첫해 2.9%로 크게 낮아졌고 올 들어선 0.5%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