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하이마트 대표의 전체 지분은 17.37%. 최대주주인 유진기업은 31.34%를 가지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표대결로 이어진다면 싸움은 쉽게 끝난다. 하지만 선 대표는 일부 기관투자자들과 하이마트 임직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표 대결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선종구 대표는 어떻게 하이마트의 경영권을 갖게됐고, 회사를 사조직처럼 만들 수 있었을까?

◆ 하이마트 탄생과정의 비밀

선 대표는 본래 대우맨이었다. 선 대표는 1998년 IMF 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되는 과정에서 하이마트의 전신 한국신용유통이란 회사와 연을 맺게 됐다.

하이마트 직원들은 당시 대우전자 판매총괄본부장을 지냈던 선 대표에 대해 ‘IMF당시 흔들리던 회사의 중심을 잡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IMF 당시 대우전자의 국내영업부문은 대우전자에서 떨어져 나와 대우전자 제품을 국내에 총판하던 한국신용유통이란 회사와 합쳐졌다.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지고 조직은 흔들렸다.

하지만 이 때 선 대표는 ‘대우전자가 사라져 대우제품을 팔기 힘드니 모든 전자제품을 한 곳에서 판매하는 카테고리 킬러로 승부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신용유통이 하이마트란 회사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하이마트 설립을 둘러싸고는 뒷이야기들도 무성하다. 지난 2002년엔 정주호 대우그룹 전 구조조정본부장과 하이마트가 대우그룹의 위장계열사였다는 쟁점으로 부딪치기도 했다.

당시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신용유통(하이마트 전신)은 대우그룹의 위장계열사였다. 주요 출자사로 계획됐던 계열사 한 곳이 당초 배정된 자본금 15억원 중 7억원(초기 자본금 15%)을 출자하기 곤란하다고 밝혀왔고 이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사재를 넣었다는 것. 하이마트에 출자된 김 회장의 자금은 이 회사 임직원 19명의 이름으로 분산ㆍ예치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당시 대우전자 국내영업을 담당했던 구조본 고위관계자가 관리해왔다.

정 전 구조조정본부장은 검찰에 이를 고소하면서 “대우그룹 임직원 명의로 회사를 설립해 하이마트 지분 7만8000주가 김우중 전 회장의 차명주식이었는데 선 대표가 이를 임의 처분하거나 헐값에 인수해 개인과 측근의 지분을 늘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 출신 인사는 “위장계열사인 하이마트 관리를 위해 파견된 사람이 선 대표였고, 1999년 대우그룹의 부도사태 직후 김우중 회장이 해외로 도피해 대우그룹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비공식적인 위장계열사였던 하이마트를 선 대표가 차지해 나중에 김우중 회장이 듣고 대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문제의 차명지분이 김 회장의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소송을 기각했다.

◆ “선종구 대표의 지나친 독단경영 비판도”

1999년 세워진 하이마트는 그 이후 국내 최대의 가전유통업체로 승승장구했다. ‘하이마트로 가요’라는 CM송으로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가전제품 판매처로 자리잡았다. 현재 하이마트의 국내 점포는 300개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매출 3조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기업을 키우면서 선종구 대표이사가 지나치게 독단적으로 경영을 해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치 개인회사처럼 하이마트를 사유화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선 대표는 측근들의 명의로 하이마트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마트 자회사인 HM투어는 선 대표의 아들이 대표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또 “하이마트에서 가전제품을 판매하면서 생기는 부수적인 이권 자리에도 선 대표의 최측근만 앉히는 바람에 다른 회사들은 불만이 생기기도 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하이마트에서 일정 금액을 살 때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용 물품을 제작해 납품하는 사업은 선 대표의 최측근이 아니면 낄 수 없을 정도로 회사를 운영했다는 것이다. 한 하이마트 퇴직자는 “선 대표는 직원 개개인의 성향이나 생각을 꿰뚫어볼 줄 아는 명석한 사람으로 한번 밉보이면 절대 가만 두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서 “독단경영을 했다는 비난을 받는다면 이 점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반회사의 경우 대주주가 바뀐다고 전원 사표를 내는 등의 행동이 쉽지 않은데, 이는 선 대표에 대한 충성심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만, 우리사주 등 현실적인 문제도 얽혀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하이마트 관계자는 “선 대표의 친인척이 회사에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밝히기도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