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저녁,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다급한 보고를 받았다. 계열사인 하이마트##와 관련된 것이었다. 하이마트 긴급 임원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유 회장에게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임원들을 모아 놓고 새로 회사를 차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충격을 받은 유 회장 역시 긴급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 1999년 하이마트 설립 이후 국내 가전유통 선두업체로 키운 선 회장이 경쟁사를 설립한다면 회사의 존폐를 위협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날 보고가 하이마트 경영권 분쟁의 시작이었다.

24일 유 회장은 하이마트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지난 11월 18일에 소집된 긴급 임원회의에서 선 회장 자신이 하이마트를 떠나 새 회사를 차릴 것이니 임원들은 11월 21일 월요일까지 동참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다"고 설명한 뒤 "현직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망가뜨리겠다는 그러한 발언에 이르러서는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고 썼다.

또 "하이마트는 이제 선종구라는 개인의 회사가 아니다"며 "거래소 상장 전에도 대주주인 유진기업 뿐만 아니라 많은 재무적 투자자인 주주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진그룹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하이마트 이사회의 안건을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공동대표) 재선임'에서 '대표이사 개임'으로 변경했다. 업계는 이를 통해 현재의 유경선·선종구 공동대표 체제가 유 회장의 단독대표 체제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마트는 이에 반발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그래픽=조경표

◆ 예고된 경영권 분쟁

국내 최대 가전유통 전문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