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대거 할인 판매하는 가운데 최초 분양가보다 8억원 이상 싸게 파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고덕 아이파크’ 214㎡(약 65평·공급면적)는 지난 2009년 최초 분양가가 19억5969만~20억1014만원이었으나 24일 현재 11억4642만~13억6770만원으로 할인금액이 6억4244만~8억1327만원으로 나타났다.

최대 8억원 이상 할인분양 중인 고덕 아이파크 전경.

즉 지금 이 아파트를 사면 2009년 첫 분양 당시 구입한 사람보다 최대 8억1327만원 싸게 살 수 있는 것이다. 3.3㎡당 분양가로 따지면 처음에는 3014만~3092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1763만~2104만원으로 떨어졌다.

또 최근 수요가 많은 85㎡(25평)형도 분양가가 2009년 6억2983만원에서 현재는 4억8178만~5억855만원으로 1억4804만~1억2127만원 떨어졌다. 3.3㎡당 2519만원에서 1927만원으로 내린 것이다.

분양시장의 '무덤'으로 통하는 대구 지역의 아파트 분양 당시 현장 전경. 할인분양을 알리는 광고들이 많다.

보통 건설사나 분양업체들은 미분양이 발생하면 발코니를 확장해주거나 이사비용을 지원하고, 중도금 대출 무이자 또는 상환유예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계약자를 끌어들인다. 분양가를 깎아주면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크고 회사 이미지에도 좋지 않다. 그래서 할인분양은 미분양 아파트 판매의 마지막 수단으로 통한다.

‘고덕 아이파크’ 인근 중계업소인 나라 공인 사장은 “일반분양 물량이 분양 시작 당시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다”며 “214㎡를 기준으로 최초 19억5969만원 정도 하던 아파트를 이제는 11억4642만원에 살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계약 유도책을 쓰지 않고 할인분양이라는 극단책을 써서 미분양 물량이 현재까지 절반 이상 팔려나갔고, 현대 85㎡의 경우 30가구, 214㎡의 경우 25가구 정도 남았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분양을 시작했던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강서구청 사거리에 있는 주상복합 ‘강서 그랜드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도 파격 분양에 나섰다. 이 주상복합의 최초 분양가는 139㎡(42평)가 8억6084만원이었지만, 현재는 6억원 선에서 판매 중이다. 224㎡(67평)은 15억7360만원에 분양되던 것이 현재는 10억원선이다. 할인율이 최대 34%로 3.3㎡당 약 1400만원 수준이다. 게다가 발코니 확장비도 지원한다. 이 주상복합 분양 관계자에게 분양 문의를 한 결과 “평형별로 최대 2억5000만~5억3000만원을 할인해 주고 있다”며 “발코니도 무료확장이고, 시스템 에어컨도 공짜”라며 계약을 채근했다.

분양시장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대구에서도 할인 분양이 한창이다. 수성구 범어3동의 ‘래미안 수성’ 아파트(삼성물산 건설부문·467가구)는 현재 153㎡·158㎡·163㎥가 초기 분양 가격과 비교해 약 27%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수성구 상동의 동일하이빌레이크시티(동일토건·1411가구)도 최저 24.5%, 최대 34.5% 할인된 가격에 시장에 나왔다.

한편, 할인분양으로 입주자들의 원성을 사자 할인분양을 철회한 아파트도 있다.

일산 식사지구의 '일산자이'(GS건설##)는 올해 중순 할인분양으로 최대 10% 이상을 깎아주며 미분양 물량 털기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모임 등에서 강하게 반발하자 '할인분양을 더는 하지 않겠다'고 분양 방침을 바꿔 논란을 덮었다.

현재 일산자이는 잔여가구에 한해 '계약금 5%와 계약잔금 15%(계약 후 2개월 이내) 납부 시 즉시 입주'·'중도금 60%의 융자에 대한 이자 3년간 지원'·'잔금 2년간 유예' 등의 조건으로 미분양 물량을 판매 중이다. 일산자이 분양 관계자는 "요즘에는 할인분양을 하면 기존 수분양자들이 가만있지 않는다"면서 "발코니 확장비용, 융자에 대한 이자 기간 연장 등을 이용해 실제 아파트 가격을 낮추는 것만큼의 혜택을 주는 쪽으로 판매 전략을 바꿨다"라고 말했다.

반면 미분양 아파트를 팔기 위해 기존 계약자의 분양대금까지 깎아주면서 할인분양을 한 아파트 단지도 있다.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에 있는 '청수우미린'(우미건설·724가구)은 지난 2008년 5월 분양했다. 그러나 입주를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까지 약 140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이에 우미건설은 분양금액의 약 25%를 할인한 가격에 재분양을 시작했다. 다만 신규 계약자뿐 아니라 기존 입주자에게도 분양가 할인 혜택을 적용했다.

할인분양은 기존 입주자들에게 거센항의를 받을 때가 많다. 대구광역시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우미건설 관계자는 “할인분양이라는 것은 건설사 이미지상 좋지 않고, 기존 입주자와의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며 “기존 입주자들에게 할인을 적용해줘서라도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것이 회사 측면으로나 단지 전체적으로나 윈-윈(Win-Win)이라는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현재 이 아파트는 미분양 물량을 대부분 해소했다.

경기도 평택시 비전동의 ‘신비전동 효성 백년가약’은 할인분양을 하진 않았지만, 미분양 물량 계약분에 대한 혜택을 기존 계약자에게까지 확대했다. 중도금 60% 전액 무이자 및 발코니 무료확장을 기존 수분양자들에게도 적용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최근 건설사 및 분양관계사들이 공격적으로 미분양 털기에 나선 것은 주택 수요의 트렌드가 더이상 강남 3개 구를 제외하고는 중대평형이 팔리지 않는 구조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며 “인근 지역에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건설도 계획돼 있는 상황에서 시간을 끌면 끌수록 손해라는 판단하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