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이 공군의 조종사 육성비 분담 요구를 거부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3일 "1억원의 분담금을 내고 군 출신 조종사를 채용하느니 차라리 2억원을 투입해 젊은 민간 조종사를 양성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공군의 분담금 요구는 국가의 의무를 민간 기업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선 의원(미래희망연대)에 따르면 공군은 내년부터 전역 조종사를 채용하는 민항사에 1억원 정도의 조종사 양성비용 분담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분담금 액수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조종사 1인당 1억원 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군이 민항사에 분담금을 부과하려는 것은 매년 100여명이 넘는 숙련 전투기 조종사들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군 전역자 718명이 민항사 조종사로 자리를 옮겼다. 5년 동안 충원된 전체 신규 조종인력의 27%에 이른다. 공군은 숙련 전투기 조종사 1명을 양성하는데 100억원 정도가 들기 때문에 매년 1조원 안팎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업계는 공군의 분담금 부과 방침이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군 조종사들은 15년의 의무 복무를 마치고 자발적으로 전역해서 민항사에 오고 있는데 이를 공군이 간섭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사가 군 조종사를 스카우트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본인 의지로 민항사에 오는데 항공사가 분담금을 내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군 조종사는 35~40세에 채용되지만 곧바로 기장이나 부기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약 13개월 내외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이때 들어가는 교육비만 1인당 1억7000만원 정도인데 1억원을 추가로 내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국가 방위 임무를 맡고 있는 군 조종사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민간에 전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분담금을 낸다면 결국에는 민간 기업이 국방비 예산을 충당하라는 것 아니냐"며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고 말했다. 외국계 항공사 관계자도 "비슷한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공군의 주장대로 하면 조종사 수급난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 항공업계의 항공기는 올해 246대에서 2014년에는 296대로 연평균 17대씩 증가한다. 이에 맞춰 2014년까지 필요한 조종사만 1618명에 이르는데 국내에서 신규로 충원할 수 있는 조종 인력은 연간 250명에 불과하다. 외국인 조종사 문제가 최근 논란이 된 가운데 군 조종사마저 민항사에 들어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면 조종사 수급 문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동북아시아 항공 시장이 팽창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조종사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매년 100명 내외의 군 조종사가 전역하고 있는데, 공군은 왜 조종사들이 남지 않고 군을 떠나는지 돌아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