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친나왓(62) 전 태국 총리는 21일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에 성공적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태국 정부가 홍수와 가뭄 극복 종합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에 직접 보려고 방한했다"고 말했다. 탁신 전 총리는 이건수 동아일렉콤 회장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태국의 홍수 예방 계획은 어떤가.

"내가 총리로 재직할 때 홍수와 가뭄 극복 종합 계획을 세웠는데, 군사 쿠데타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예정대로 홍수·가뭄 극복사업이 추진됐더라면 지금의 피해 규모를 5분의 1로 줄였을 것이다."

―한국과 태국의 사정은 다르지 않나.

"한국의 4대강 사업은 1600㎞ 규모다. 그 사업에 22조원을 쓴 것으로 안다. 태국은 25개 강에 총사업 길이가 6000㎞에 이른다. 그렇지만 한국이나 태국의 정비사업 기본 개념은 비슷할 것이다. 다만 태국은 예산이 부족해 한국처럼 아름답게 강 정비를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사진으로 봤는데 한국의 4대강 정비사업은 정말 아름답더라."

―보고서를 낼 계획인가.

"우리 팀 그리고 여동생(잉락 태국 총리)과 논의할 계획이다."

―총리 재직 시절 강 정비사업을 추진한 배경은.

"태국은 기후 변화 때문에 가뭄과 홍수가 반복돼 왔다. 그리고 홍수나 가뭄 때문에 해마다 피해가 발생했고, 그때마다 어마어마한 복구비를 썼다. 그래서 한번 큰돈 들여 강을 정비하는 게 비용이 덜 든다는 판단이 섰다."

―막대한 인프라 구축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나.

"원래 계획은 외국에서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길 바랐다. 그러면 우리는 매년 농산물 등으로 투자금을 갚아나갈 계획이었다. 일종의 새로운 금융 개념을 도입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막대한 돈을 들여서 강 정비사업을 하려는 정치적 이유는 없었나.

"태국 농민들 중에 관개 수로에 접근되는 농민과 접근하지 못하는 농민 간에 소득 격차가 3배나 된다. 관개 수로에 가까울수록 소득이 늘어난다. 따라서 25개 강을 정비해서 농민들의 소득 수준을 향상시키는 게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이었다. 이 정책은 홍수 예방이라는 한 단면만 봐서는 안 된다. 모든 정책은 서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홍수 예방뿐 아니라 빈곤 퇴치정책 등이 맞물려 있다."

21일 방한한 탁신 전 태국 총리는“4대강 사업 현장을 둘러본 뒤 태국으로 돌아가 (현 총리인) 여동생과 홍수 예방을 위한 강 정비 사업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 반대가 많았다.

"우리 둘은 기업인 출신이어서 생각하는 게 비슷한 거 같다. 기업인은 직접적인 이득뿐 아니라 간접적 이득도 함께 생각한다. 간접적 이득이라는 것은 사회 안정 등이 포함된다. 태국에서 홍수 피해를 본 사람은 수개월씩 집에도 못 가고 밖에 나앉는다. 경제활동도 못한다. 집도 없고 일자리도 없으니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강 정비사업이 경제정책과 밀접한 것은 그런 이유다."

―강 정비사업 등 인프라 구축이 경제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태국은 쌀 생산 세계 1위, 새우 수출 세계 1위, 고무 생산 세계 1위, 설탕 생산 세계 3위다. 태국의 잠재력은 풍부하다. 우리는 농업 분야의 최강자 중 하나다. 농업을 망치면 경제가 휘청거린다. 우리가 스스로 천재지변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피해를 최소화하고 빈곤을 퇴치할 수 있다."

―앞으로 강 정비사업을 어떻게 할 계획인가.

"한국이 어떻게 했는지 벤치마킹할 생각이다. 또 종합적 물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지금은 기관마다 제각각 강 수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것을 인터넷과 통신 시스템으로 묶어 하나의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 방콕에서 최첨단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탁신 전 총리는 1980년대에 이동통신회사를 설립해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고, 1994년 정계에 입문해 2001년 총리가 됐다. 하지만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 해외로 망명했다. 잉락 현 태국 총리는 그의 친여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