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대권 출마설에 가장 큰 이득을 본 행운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에 3개월 만에 800억원을 번 슈퍼개미가 있다. 안철수 원장(372만주ㆍ37.1%)에 이어 안철수연구소의 주식 108만4994주(10.8%)를 보유한 2대 주주, 원종호씨다.

▲1972년생 ▲서울 종로구 평창동 거주 ▲투자자. 이 세 가지 정보가 지난 2009년 3월 공시 기준으로 알려진 원종호씨에 대한 정보의 전부다. 그에 대한 적은 정보에 그의 지분 매입 의도를 놓고 여러 추측성 해석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원종호씨는 18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나는 일반 투자자이며 안철수 원장과는 본 일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안철수연구소의 주식은 자사주(13.9%)를 제외하고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안철수씨(37.1%)와 원종호씨(10.8%) 두 사람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씨가 본인의 안철수연구소 주식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지분이 18.5%로 줄어들 전망이다. 아직은 안 교수와 회사의 주식을 합한 우호지분이 원씨 지분의 3배인 32.4%이지만, 그가 소액주주와 힘을 합칠 경우 경영권도 위협할 수 있어 원씨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그러나 원씨는 "안철수연구소 경영에 참여할 생각도 전혀 없으며 안철수 교수와도 전혀 관계가 없다"고 못박았다. 원씨는 "안 원장은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으며 대주주로서 주주총회에 참석한 적도 없다"라며 "안 원장의 서울 시장, 대권 출마설 훨씬 이전부터 꾸준히 주식을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원종호씨는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했던 2008년 말부터 1년가량 동안 현재 지분의 84% 이상을 매입했다. 일찌감치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는 지난 2008년 2월 29일 연구소 주식 50만9023주를 처음으로 매입한 이후 2009년 3월까지 거의 1년간 평균 1주일에 1번씩 주식을 꾸준히 장내 매수했다. 첫 지분 매입 단가는 1만7686원이었는데, 이후 주가가 계속 밀리는 와중에도 한 번에 적게는 10주, 많게는 최대 3만1500여주씩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높였다. 저가 분할매수에 나서며 1년 후 그의 지분은 91만8681주로 늘었다. 그 뒤로 약 2년에 걸쳐 원씨는 연구소 주식을 추가로 소량 매입했다. 원 씨의 보유주식은 지난해 말 100만주(당시 지분율 10%)를 돌파했고, 지난 3분기 말에는 107만여주(10.7%)로, 최근 다시 108만여주(10.8%)로 늘었다. 그 사이 그의 지분가치는 최근까지 1000억원대를 돌파했다가 18일 종가 기준으로 913억대로 소폭 줄었다.

원씨는 주식을 꾸준히 매입한 이유에 대해 "안철수연구소라는 회사의 미래가치를 믿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원씨는 "안 원장 사람 자체를 믿고 투자했다"라며 "회사 자체가 탄탄한 회사라고 생각했고 이 회사는 나한테 배반을 안 할 회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그의 지분가치 급등과 관련, 갑자기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는 추측에 대해서는 "계획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장기적으로 주식을 투자했다"면서 "모든 투자자가 그렇듯 내일 얼마를 팔겠다, 사겠다 미리 계획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원종호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폭되며 그가 5% 지분공시 의무를 위반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월 원씨는 연구소 주식 9.2%(91만8681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이후 연구소의 주식을 몇 차례 추가취득하며 지분을 최종 108만4994주(지분율 10.8%)로 늘렸지만, 이를 추가로 공시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원씨에 따르면 금감원은 그에게 아직 연락을 취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아직 금감원에서 연락은 안 왔지만, 금감원에서 조사 나온다고 하면 조사에 응할 생각"이라면서 "공시를 그동안 안 한 것은 단순 불찰, 실수지 악의가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어 그는 "다음 주(11월 21일~25일) 중 연구소 지분 추가 취득분에 대해 공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와의 대화 내내 "내가 말을 잘못해 안 원장에 해가 될까 조심스럽다"며 "대화 동안 단 0.1%의 거짓말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씨의 초기 투자금액은 180억원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2월 첫 투자 이후 지난 8월말까지 이 회사 평균 주가가 1만6500원인 점을 감안해 추정한 금액이다. 그는 올 9월 이후 연구소 주가가 연일 급등해 10만원에 육박하자 지분평가가 800억 이상 불어나기도 했다. 그 사이 원씨는 3년간 주당 400원의 배당을 통해 12억원도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