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유가증권시장은 전날보다 2% 급락해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프로그램매매, 그중에서도 차익거래가 코스피지수를 하락시킨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프로그램매매는 6600억원 매도우위였고, 그중 5400억원이 차익거래 물량이었다.

프로그램매매는 말 그대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원하는 주식을 원하는 자동으로 사거나 파는 거래방식이다. 주로 자금운용 규모가 큰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이 사용한다. 매번 종목을 일일이 고르는 게 아니라 거래할 종목과 구성을 미리 설정해두고 원하는 금액만큼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이다.

프로그램매매는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로 나뉜다. 차익거래는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이가 나는 경우 둘 중 높게 평가돼 있는 상품을 팔고 낮게 평가된 상품을 사 차익을 노리는 투자방법이다. 차익거래의 기준은 선물가격에서 현물가격을 뺀 값인 베이시스(basis)다. 이 값이 0이면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이 같다는 뜻이다. 베이시스가 클수록 거래차익도 커 프로그램매매가 활발해진다.

우리투자증권의 최창규 애널리스트는 "한국 증시에 대한 기대심리가 약해진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 물량을 대거 내놓으면서 선물가격이 떨어졌다"며 "투신 등 기관계에서 차익거래에 나섰는데, 보유한 주식을 팔아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선물을 사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투신과 보험 등 기관계의 차익거래가 코스피지수를 떨어뜨리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선물가격이 더 비싼 상태는 콘탱고(contango), 현물가격이 더 비싼 경우는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또는 역조시장이라고 부른다. 투자자들은 콘탱고 상태에선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는 매수차익거래를 하고, 백워데이션 상태에선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는 매도차익거래를 한다. 18일엔 베이시스가 장중 한때 마이너스 1을 기록할 정도로 선물가격이 낮게 형성된 백워데이션 상태였다.

이승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선물은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야 사는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선물을 5000억원 넘게 판 것은 우리나라 증시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프랑스로까지 재정위기가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국제경제 상황도 외국인들이 투자전략을 보수적으로 세우는 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외국인과 국내기관이 갖고 있는 주식이 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는데, 이들이 차익거래를 위해 물량 내놓으면 코스피지수가 더 떨어질 수 도 있다"고 덧붙였다.

비차익거래는 차익을 얻는 게 목적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이용해 한꺼번에 주식을 사들이거나 파는 거래방식이다. 기준으로 삼은 지수에 해당되는 종목을 여러 개 묶어 거래하는데, 이 주식 묶음을 '바스켓'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인덱스펀드 상품을 운용하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규모가 1조원이고 코스피200을 기준으로 하는 펀드상품이 있다. 상품가입자들이 펀드계좌를 해지해 2000억원을 찾으려고 할 때 펀드운용사는 보유한 주식을 팔아 현금으로 바꾼다. 이때 운용사가 투자종목을 모아놓은 바스켓을 사고파는 것은 비차익거래이다. 보유하고 있는 종목에 대한 투자금액을 늘리거나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주식을 매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