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언자의 진심이 담겼더라도 주소가 빠진 유언장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김모씨가 새어머니 박모씨 및 이복남매를 상대로 낸 상속재산 분할 청구 소송에서 유산을 나누도록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언의 내용과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 날인 중 하나라도 빠진 유언은 무효이므로 주소가 빠진 김씨 아버지의 유언은 효력이 없다"며 "유산의 7분의 2가량을 김씨에게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유언'이라고 하면 외국의 영화에서나 볼 수 있거나 재벌 같은 자산가들에게만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산규모와 관계없이 노년기에 접어들고 자녀들이 장성하면서 자필로 유언장을 미리미리 작성해 놓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애써 작성한 자필 유언장이라도 형식에 맞게 잘 써놓지 않으면 가족 간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유언은 공증인인 변호사가 작성해야 하는 '공정증서방식 유언'에 국한해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재산 규모가 크지 않거나 분쟁 우려가 적다면 '자필증서 유언'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증인이 없어도 되고, 작성 비용도 들지 않고, 만 17세 이상이면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혼자서 작성하기 때문에 유언내용을 비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자필 유언장은 증인이나 제삼자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변조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법원은 유언자의 진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엄격한 형식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유언장을 쓸 때 주의해야 할 4가지 포인트를 소개한다.

손으로 직접 써야 한다

자필증서 유언은 유언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전문,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스스로 쓰고 날인하는(도장을 찍는) 방식으로 성립된다. 다섯 가지 필수 요건(전문,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 날인)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특히 유언의 전문 모두 자필로 해야 하기 때문에 유언자가 구술해주고 타인이 대신 필기해 준 유언, 타자기나 컴퓨터로 작성하여 프린터로 출력한 것, 복사기로 복사한 것, 일부라도 다른 사람이 작성한 것 등은 모두 무효다.

작성 날짜는 연월일(年月日) 정확하게

'작성 연월일'도 반드시 유언자가 직접 써야한다. '2011년 0월 0일'이라고 써도 되고, '환갑일에' 또는 '50번째 결혼기념일에'처럼 써도 된다. 즉 유언 작성의 날짜만 명확히 알 수 있으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연월만 있고 일자가 없어 무효가 된 판례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주소와 이름 빼놓지 말아야

'주소'는 유언장의 작성지가 아니라, 유언자가 살고 있는 곳을 적어야 한다. 주소는 주민등록상의 주소가 아니어도 되고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이면 된다. 주소는 유언서 전문에 적어도 되지만, 그 전문을 담고 있는 봉투에 기재해도 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될 수 있으면 전문에 함께 기재하는 게 좋다. 유언자의 성명 역시 자서로 해야 하는데, '홍길동'이라고 이름을 직접 써도 되지만, 호나 예명을 사용해도 본인을 정확히 알 수 있으면 된다.

도장이나 서명은 반드시

가장 중요한 것이 날인(捺印), 즉 인장 또는 도장을 찍는 것이다. 실제로 날인을 하지 않아 유언장이 무효가 된 사례가 있었다.

한 사회사업가가 모 대학에 123억원을 기부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했는데 유서에 날인이 빠져 있었다. 유족은 "뒤늦게 발견된 이 유언장에는 민법이 유서의 요건으로 규정한 도장이 찍혀 있지 않다"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학교 측은 "유언자의 의사가 중요하다"며 맞섰지만 법원은 현행 민법을 근거로 들어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오래전의 유언내용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유언장을 작성한 경우에는 새로운 유언장이 유효하고 기존 유언장은 철회된 것으로 간주한다. 만약 새로운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고 기존의 자필증서에 문자의 삽입, 삭제, 변경을 할 경우에는 이 부분에 자필 서명하고 그 위에 날인해야만 효력이 인정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