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서울국제금융센터(IFC서울) 3동 공사현장. 여의도의 랜드마크였던 63빌딩(한화63시티)보다 높게 지어지는 이 건물 53층에 오르자 좌우로 길게 뻗은 한강과 마포대교가 한눈에 들어왔다. 총 층수는 55층. 60층인 63빌딩보다 층수는 적지만 전체 건물 높이는 35m나 높다. 여의도 내 지하철 5·9호선 쪽 전망으로는 국내 대부분의 증권·금융사의 고층빌딩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IFC서울은 AIG부동산개발이 서울시에서 총 대지면적 3만3058㎡를 임대받고, 1조5140억원을 투입한 사업으로 업무용 타워 3개 동과 38층짜리 5성급 호텔, 지하 3층 쇼핑몰(IFC몰) 등으로 구성돼 있다.

허성준 기자 huh@chosun.com

2(29층)·3(55층)동은 공사가 한창이었지만, 오피스 1동(32층)은 지난달 19일 입주를 시작했다. 이날 오피스 1동을 들어가보니 딜로이트 등 외국계 회사를 비롯해 국내 입주사들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현재 선임대율은 80%. 전체 건축비용만 1조5000억원이 넘는 빌딩답게 입주를 시작한 1동 로비는 천장 높이가 10m에 달했고, 각 층의 층고도 3m로 일반 오피스보다 0.3~0.5m 높았다. IFC서울 관계자는 “홍콩·싱가포르·뉴욕 등 금융사들이 밀집한 지역의 고층빌딩이 갖춘 요건들을 면밀히 조사해 IFC서울에서 근무하는 외국계 입주자들에게 불편이 없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또 오피스 각 층 내부에 동선이나 공간 구성에 제약을 주는 기둥이 없었고, 한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외벽을 커튼월 방식으로 마감해 창가에 다가서면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IFC서울 입주사인 딜로이트 관계자는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장점은 조망”이라며 “일반적인 오피스는 건물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기 쉬운데 자연채광도 잘되고, 건물 앞에 한강이 있어 쾌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IFC서울 오피스는 에너지 절약 및 친환경적인 측면도 신경을 썼다. 외국계 금융 및 투자 관계사들이 다수 입주해 있어 사실상 빌딩이 24시간 동안 운영되기 때문이다. IFC서울 관계자는 “우수·오수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해 다른 비슷한 규모의 빌딩들보다 물 사용량을 50% 정도 감축할 수 있다”며 “이미 설계 당시 미국 건물 환경 위원회의 인증제인 ‘LEED’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다만 입주사들은 IFC서울 빌딩의 단점도 지적했다. 먼저 1층에 남·녀 화장실(양변기 대수)이 10개밖에 없고, 내부 근무 인원의 동선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딜로이트 관계자는 “200~250명 정도가 1개 층에서 근무하는데 화장실 규모 및 양변기 대수가 너무 적다”며 “프리미엄 빌딩이라고 자부한 만큼 입주자 편의를 위해 개보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2012년 가을 준공목표로 공사 중인 오피스 2·3동은 아직 선임대 계약이 진행되지 않았고, 힐튼 그룹 계열사인 비즈니스호텔인 ‘콘래드 서울(Conrad Seoul)’ 호텔은 2012년 가을 개점할 예정이다. 지하 1~3층까지의 쇼핑몰도 2012년 가을 문을 연다. 선임대율은 73%를 기록 중이다.

윌리엄 F. 프리만 (William F. Freeman) AIG코리아부동산개발 대표는 “서울을 방문을 방문하거나 오피스에 입주하는 사람들은 오피스·호텔·쇼핑몰을 한 곳에 결합한 업무·여가 공간인 IFC서울을 통해 한층 더 국제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이 싱가포르나 홍콩과 같이 국제적인 금융도시로 거듭나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