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성이 짙은 파생상품 거래 규모가 매년 급증해 올해 사상 처음으로 3경(京)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1경(京)은 1에 0이 16개 붙은 숫자로, 1조(兆)의 1만배이자 1억(億)의 1억배에 달하는 숫자다.

파생상품은 주식·채권·통화와 같은 금융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처음엔 금융거래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개발됐는데, 요즘엔 그 자체가 투자대상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파생상품으론 선물, 옵션 등이 있다.

15일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장내·장외 파생상품의 거래대금은 2경8537조원이었다. 장내 파생상품은 한국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코스피200 옵션과 선물, 미국 달러선물, 주식워런트증권(ELW) 등을 말하며, 장외 파생상품은 거래소 없이 투자자들이 1대1로 거래하는 주식이나 이자율, 통화 등과 연계된 상품들이다.

지난달 현재 장내 파생상품의 거래대금은 1경4200조원을 넘어섰다. 올 6월 말 기준으로 장외 파생상품 시장 규모는 6600억원대에 달했다. 증권가에선 지난해와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장내·장외 파생상품의 전체 거래대금 규모가 3경35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올해 1~10월 우리나라 정부 예산(309조원)의 10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우리나라의 장내·장외 파생상품 거래대금은 지난 1995년 처음 거래가 시작된 이후 매년 급증해왔다. 지난 2006년에 처음으로 1경원을 넘겼고, 2008년엔 2경1147조원으로 2경원을 돌파했다. 특히 올해는 장내 파생상품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장내 파생상품 시장의 거래대금 합계는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의 총 거래대금의 7.5배에 이른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주가 급등락이 심해지면서 위험회피를 하기 위한 수요가 늘어나 파생상품 거래규모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장내 파생상품 시장은 압도적인 세계 1위이다.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37억5200만 계약으로 전 세계 거래량의 16.8%를 차지했다. 2위인 유럽파생상품거래소의 거래량(18억9700만 계약)은 한국거래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파생상품 시장이 기형적으로 비대해지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 일확천금을 노리고서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 막대한 손실을 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A증권사 파생담당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이 마치 로또복권을 사듯이, 원금의 수백 배 수익을 낼 수 있는 파생상품에 덤벼들고 있다"면서 "파생상품 시장에는 외국인은 물론 전문 초단타매매자인 스캘퍼까지 있기 때문에 소액을 투자하는 개인들은 희생양이 되기 쉽다"고 말했다.

장외 파생상품 시장도 매년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성장 속도가 다소 둔화하는 추세다. 2007년과 2008년에 전년 대비 각각 72.6%, 45.8% 급증했지만 2009년과 2010년 거래 증가율이 각각 4.9%, 7.2%에 그쳤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코스피200선물이나 옵션 등 장내 상품은 레버리지(지렛대)를 선호하는 개인이 몰리면서 급성장한 반면, 주로 법인이 많이 활용하는 장외 상품은 정부가 강하게 규제하면서 상대적으로 성장이 둔화됐다"고 말했다.

☞ 파생상품

주식·채권·통화와 같은 금융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의 금융상품으로, 원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고안됐다. 자본시장법에서는 ‘투자 손실의 범위가 원금을 초과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파생상품은 한국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장내(場內) 파생상품과 거래소 없이 당사자들끼리 1대1로 거래하는 장외(場外) 파생상품으로 나뉜다. 코스피200주가지수 선물이 대표적인 장내 파생상품이다. 장외 파생상품은 정해진 형태가 없고 계약 당사자끼리 합의해 주식이나 이자율, 통화 등을 결합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맞춤형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