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더 브라운 ARM 사장.

"한국에서만 사업을 했다면 삼성·LG에만 집중했겠지만, 우리는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해두고 기술개발을 해왔습니다. IT 불모지인 '영국'의 회사라는 단점이 오히려 글로벌 회사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죠."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술업체 ARM의 튜더 브라운 사장은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ARM은 휴대폰이나 태블릿PC 등 각종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프로세서에 필요한 반도체 설계기술을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6억3130만달러(약 7100억원)에 불과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이 회사의 기술을 사용해 생산된 기기수만 70억대에 달한다. 전자기기의 두뇌로 불리는 프로세서를 ARM 없이는 만들 수 없다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튜더 브라운 사장은 "중소기업으로서 혁신적이면서도 대기업이 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체 직원(2000명) 중 절반인 1000명이 엔지니어인데,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와 엔지니어들의 집념이 오늘날 ARM을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브라운 사장은 이어 "삼성전자와는 1994년부터, LG전자와는 1995년부터 계약을 맺고 20년 가까이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삼성·LG와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계약을 맺고 있으며, 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사업을 펼친 지역으로 회사의 성장을 위해 중요한 곳"이라고 했다.

ARM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이 PC 시대 전성기를 구가했던 '윈텔' 체제를 무너뜨리고 MS는 물론 안드로이드와 연합전선을 구축하며 글로벌 IT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요즘처럼 기술진화가 빠른 시점에 전통적인 동맹과 이해관계는 더이상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MS와 인텔의 동맹관계가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파트너십이 있을 뿐이죠."

브라운 사장은 "전자회사들이 최근들어 기기나 모바일 표준쪽으로 특허분쟁이 늘어나고 있다"며 "반도체 분야에도 기업간의 다툼이 많아 이에 대한 방어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불거진 애플의 ARM 인수설에 대해서는 잘라 말했다. "어떤 기업도 우리를 인수하겠다고 제의한 적이 없고 소문만 무성할 뿐입니다. 우리 회사의 가치는 어떤 기업에도 속해있지 않고 자체적으로 지식재산(IP)을 확보하고 파트너회사에 제공한다는 것에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튜더 브라운 사장은 ARM의 창업자 12명 중 한명으로 지난 2008년 사장에 임명됐다. 영국 캠브리지대에서 전기과학 석사를 받았으며, 영국 공학기술협회(IET)의 펠로우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