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며 10일 코스피지수가 100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가운데 국내 대표주인 삼성전자(005930)도 한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5만원(5.0%) 떨어진 93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00만원을 재돌파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삼성전자의 주가는 90만원대 초반으로 다시 물러났다.
삼성전자 주가가 이렇게 약세를 보인 것은 국제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진 탓이 크다. 대만 전자상거래 전문사이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날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세계 반도체 시장의 주력제품인 D램(DDR3) 1기가비트(128Mx8 1333MHz) 가격은 0.55달러까지 떨어졌다. DDR3 2기가비트(256Mx8 1333MHz) 가격은 0.72달러까지 내려가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하이닉스반도체도 2.4% 내린 2만1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계인 골드만삭스는 D램 가격 약세로 인해 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날 SK텔레콤(017670)이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 참여할 것인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온탕과 냉탕을 오가기도 했다.
이날 50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며 증시를 끌어내린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각각 678억원, 672억원어치 팔았다. 두 종목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 3~4위에 올랐다.
일본과 대만 증시에서도 반도체주가 급락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엘피다메모리의 주가는 10.0% 떨어졌고 도시바와 어드밴테스트의 주가는 각각 6.6%, 4.6% 내렸다. 도시바의 경우 매출의 20% 정도를 반도체 부문에서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주가 크게 하락하면서 일본 닛케이 평균은 3% 가까이 하락했다.
IT 강국으로 통하는 대만에서도 반도체주는 된서리를 맞았다. 모젤바이텔릭과 원본드일렉트로닉스가 6% 넘게 떨어졌고 난야테크놀로지와 TSMC가 각각 3.0%, 2.0% 하락했다.
안성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태국 홍수를 꼽았다. 안 연구원은 "전 세계 HDD(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생산량의 25%를 차지하는 태국에서 홍수가 나면서 HDD 생산 차질이 빚어졌고 이로 인해 D램 현물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D램 현물 가격 하락 탓에 11월 고정 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D램 업체의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11월 이후 D램 고정 가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