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멋진 옷을 갖춰 입고 커다란 밴에서 내리는 모습이다. 차 안을 들여다보면 푹신해 보이는 커다란 의자와 넓은 공간이 눈길을 끄는데, 지금까지 일반인들은 이런 차가 소수의 특별한 사람만을 위한 것일 거라고 생각한 경우가 많았다. 유독 밴 문화가 없는 우리나라의 정서 탓이다.
하지만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밴이 평범한 사람들이 타는 차종으로 자리한 지 오래다. 영화 속 주인공이 미니밴을 끌고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차를 만날 수 있게 됐다. 한국토요타는 지난 8일부터 미니밴인 '시에나(Sienna)'의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9~10일 이틀 동안 서울 근교와 내부순환도로 등에서 시에나를 시승했다. 이번 시승에는 시에나 같은 대형 미니밴 구매에 관심이 큰 소비자 3명(30대 남성 1명과 20~30대 여성 2명)이 참여했다.
◆ 비행기 일등석이 부럽지 않다.
겉모습을 보면 시에나는 전면이 보통 세단과 다르게 생겼다. 세단은 보닛 끝부분에서 앞유리가 갑자기 꺾여 올라가며 둘이 확실히 구분되지만, 시에나는 범퍼부터 보닛을 거쳐 앞유리까지가 부드럽게 이어져 있다. 승합차와 세단의 중간쯤이라고 보면 된다.
앞좌석 도어는 일반 세단과 같은 여닫이 형태다. 뒷좌석 도어는 타고 내리기가 편한 슬라이딩 도어다. 슬라이딩 도어는 살짝만 당겨주면 자동으로 열리며, 내부에서는 버튼 하나로 조작이 가능하다. 시에나는 미니밴인 만큼 차체가 길어 보이지만 세단인 에쿠스(5160mm) 보다 짧다. 길이는 5085mm. 높이는 1815mm다. 길이와 높이는 그랜드 카니발과 비슷하다.
내부를 살펴봤다. 시에나는 좌석이 3열로 구성된 7인승이다. 운전석이 있는 1열에 두 명이 탈 수 있고, 2열에 두 명, 3열에 3명이 탈 수 있다. 차체 크기에 비해 좌석이 적어 공간이 아주 넉넉하다. 3열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으로 2열을 맨 뒤까지 밀고 앉으면, 다리를 꼬고 앉아 신문을 넓게 펴고 볼 수 있을 만큼 넓다. 실제 유아용 카시트를 장착하고 아이를 태웠더니 엄마가 아이 앞에서 마주 보며 돌봐줄 수 있었다.
2열의 각 좌석에는 양팔을 얹을 팔걸이가 있다. 주목할만한 것은 2열에 항공기 비즈니스석처럼 생긴 오토만 시트를 장착한 것.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다리를 받쳐주는 시트를 펼치면 편안히 누울 수 있다. 3열은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접혀 바닥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하면 4인승이 되면서 뒤쪽에 넓은 수납공간이 생긴다. 아이들이 누워서 놀 수도 있고, 웬만한 서랍장도 담을 수 있을 넓이다.
공간을 잘 활용하려면 2열을 자유자재로 움직여야 하는데 수동이라 번거로운 점은 좀 아쉬웠다. 3열에도 양쪽으로 컵홀더를 두개씩 만들고 1열 뒷면에 고리를 달아 2열에 앉은 사람이 가방이나 옷을 걸수 있게 한 세심한 배려는 돋보였다.
2열에 두 개의 좌석만 있어 3열에 앉아도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천장과 양옆의 유리창이 커서 시야가 탁 트였다. 뒷좌석 유리창에는 햇빛을 가리는 선쉐이드가 있어 빛을 차단하고 싶거나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할 때 유용하다. 가족들이 타는 뒷좌석에도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AV 장치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 편안한 드라이빙…"대형마트 주차는 부담스러워"
시에나는 2.7L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모델과 3.5L 6기통 듀얼 엔진(가솔린)을 장착한 모델 등 두 가지로 출시됐다. 각각 189마력과 266마력의 힘을 내고 연비는 L당 10.5km와 9.4km다. 6단 자동변속기가 달렸고 수동 모드도 가능하다. 시승에 사용된 차량은 3.5L 모델.
시승에 참여한 예비 소비자 3명의 첫 반응은 운전석에 앉은 느낌이 편안하다는 것이었다. 차체가 크고 운전석이 높지만, 여성운전자에게도 부담을 느낄 수준은 아니다. 운전석 시트가 높낮이까지 조절이 가능해 운전자에게 딱 맞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내비게이션이 없고 연비나 주행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표시창이 작은 것은 단점. 시동을 걸고 서서히 가속페달에 발을 밟았다. 육중한 차량이 부드럽게 출발했다.
도심 구간에서의 주행은 무난했다. 핸들링도 부드럽고 코너링을 할 때도 쏠림이 적다. 서서히 속도를 내자 차는 경쾌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고속에서의 주행성능은 대체로 합격점을 받을 만 했다. 밴 임에도 느릿느릿 가는 앞차를 추월하는 데 힘이 부족하지 않았고, 제한속도 이상의 속도에서의 가속력도 좋았다.
기어를 변속할 때도 튀는 부분 없이 아주 매끄러웠다. 다만 차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다이내믹한 운전을 하면 뒷좌석에 있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또 소음이 귀에 약간 거슬린다는 의견이 공통적인데, 이 차가 미국에서 개발·생산된 차임을 감안하면 크게 문제 될 수준은 아니다.
주행을 즐기는 30대 남성의 경우 시승을 마치고 가속과 제동에 불편함이 없었다고 했다. 특히 급제동을 하며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았을 때도 미끄러짐 없이 안정적으로 멈춘 제동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또 차가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핸들링도 좋았다는 평가를 했다. 20대 여성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10분 정도 적응하고 나니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차를 운전하고 있다는 느낌 보다는 차를 타고 달린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경쾌한 주행에 높은 점수를 줬다. 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콘솔박스가 커서 수납공간이 넓은 게 특히 마음에 든다고 덧붙였다.
차가 막히지 않는 시간대에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내부순환도로 등을 150km가량 돌며 측정한 연비는 L당 약 8km가 나왔다. 추가로 일상생활에 활용해 본 느낌을 전하자면 역시 차가 크다는 점이 여성에게는 부담일 것으로 보인다. 30대 여성은 "아파트나 대형마트의 지하주차장을 내려가기 위해 좁은 길을 구불구불 내려가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적절한 주차 공간을 찾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역시 어딜 가나 넓은 땅에 주차공간이 큼직하게 있는 미국과 다른 환경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동안 대형 미니밴을 사고 싶었던 소비자에게 시에나가 출시된 것은 분명히 반가운 소식이다. 사전예약도 150대를 훌쩍 넘었다. 한국토요타는 월 판매 목표를 50대가량으로 잡고 있다. 가격도 예상보다 낮게 책정됐다. 2.7 LE는 4290만원이고, 3.5 리미티드는 49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