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미국 최고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서는 사람과 컴퓨터 간의 이색 퀴즈 대결이 펼쳐졌다. 실제 대결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승부에서 미국 IBM사(社)의 슈퍼컴퓨터 '왓슨'은 압도적인 결과 차이로 승리했다.

비록 퀴즈에 한정됐지만 컴퓨터가 사람을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왓슨이 시사하는 바는 컸다.

왓슨은 IBM의 창업자인 토마스 J. 왓슨의 이름을 땄으며,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쓰는 자연언어로 된 질문에 신속·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사람만 풀 수 있다고 여겨졌던 수수께끼들이 컴퓨터를 통해 하나씩 벗겨졌고,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했다.

왓슨에 들어간 핵심 기술중 하나가 바로 '정보분석' 능력이다. 왓슨에 채택된 소프트웨어(SW)는 퀴즈를 푸는 데 필요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IBM 파워7 서버를 통해 처리한다. 왓슨은 과거 3년간 100만권에 달하는 지식을 축적했다. 컴퓨터는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임무와 데이터 처리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철저한 데이터 조사로 정확한 답을 제시하고 그 답에 신뢰도 등급을 부여한다. 왓슨의 개발자인 데이비드 페루치 박사는 "왓슨은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지 않지만, 사고를 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왓슨의 잠재력…의료 분야에 활용

미국 최대 의료보험회사인 웰포인트는 최근 왓슨을 업무에 투입해 활용하기 시작했다.

왓슨의 임무는 빠른 데이터 처리속도를 기반으로 건강보험자료와 웰포인트 회사에 등록된 3420만명의 환자정보를 통합하고 이를 기초로 복잡한 의학적 치료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환자에 맞는 질병 치료법을 제안하는 과정은 사람이 일일이 수행할 수 없는 방대한 양의 자료를 분석해야 한다. 환자 차트는 물론 의사·병원이 보유한 각종 질병치료 기록, 보험회사가 가진 시술 자료 뿐만 아니라 왓슨에 저장된 의료 눈문까지 샅샅이 검토하고 판단해야한다.

왓슨은 이처럼 방대한 자료를 통합하고 판단해 환자에 적절한 치료법을 제시한다. 업데이트된 최신 정보를 과학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물론 환자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단 3초 만에 파악할 수 있다. 컴퓨터가 가진 분석능력이 얼마나 강력한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IBM은 뉘앙스커뮤니케이션즈와 협력, 왓슨의 첨단 분석능력을 헬스케어 분야에도 도입하고자 한다. 올 2월 발표된 프로젝트에서 양 사는 질의응답 및 자연언어처리 기술, 기계학습 능력을 음성인식 및 임상언어이해 솔루션과 결합하기로 했다. 이르면 내년 연구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이번 공동연구에는 미국 컬럼비아 메디컬센터와 메릴랜드 의과대가 함께 참여한다. 메릴랜드 의과대 부속 이미지연구기술연구소(MIRTL) 연구소장 엘리엇 시걸 박사는 "왓슨의 분석 기술을 적용, 차세대 전자의료기록 시스템과 컴퓨터 진단 및 의사결정지원 도구를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잔의 안전을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맞춤형 의료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왓슨은 의료 분야에 먼저 사용되고 있지만 향후 공공, 금융 분야 등에서 활약이 예상된다.

슈퍼컴퓨터는 산학 협력의 결실

강력한 분석능력을 갖춘 슈퍼컴퓨터 왓슨의 탄생에는 IBM과 미국·해외 대학간의 산학협력이 주효했다. 카네기멜론대, MIT, USC, 텍사스주립대 등 8개 대학이 연구활동에 동참한 것이다.

우선 카네기멜론대는 왓슨이 주어진 특정 주제 관련 질문에 답하기 위해 최적의 텍스트 소스를 파악하는 알고리즘과 답변의 정확도를 인식하는 알고리즘 등의 연구에 기여했다.

MIT 컴퓨터공학인공지능연구소는 온라인 자연 언어 질의응답 시스템을 개발했다. 왓슨 내부의 시스템이 질문을 간단하게 세분화하고 이를 다시 종합해 답변을 완성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USC는 정보 추출, 문장분석, 지식추론 개발에 주력했으며, 텍사스주립대는 언어를 의미를 지닌 논리적 형태로 자동 학습할 수 있는 텍스트 처리, 시스템 집중을 위한 계산법을 개발해왔다.

이탈리아 트렌토대는 자연 언어 이해에 적용된 통계학습 이론의 최신결과에 기초한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이미 제시된 질문으로부터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켰고, 조사 알고리즘으로 검색 정보 중에서 최적의 답변을 선택할 때 불확실성을 처리했다.

한국IBM 이휘성 사장은 "왓슨의 핵심인 질의응답 기능을 개발하는 데 8개 대학이 협업을 했고, 과학과 기술 발전을 촉진시키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이뤘다"며 "지식과 정보를 결집시킨 컴퓨팅 기술의 결정체인 왓슨 시스템은 인류가 창조성과 혁신을 향한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