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앤캐시·산와머니 등 일본계 대형 대부업체 4곳이 법정이율을 초과해 대출이자 30억원을 더 챙겼다가 금융감독원에 적발돼 영업정지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초대형 일본계 대부업체들의 영업정지 사태는 국내 서민금융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대부업체 1만여곳 중 일본계 업체는 20여곳에 불과하지만, 시장점유율이 50%에 이르기 때문이다.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불과 10여년 사이에 한국 대부 시장을 완전 장악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싼 자금 조달해 고리대금 시장 선점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본계 대부업체는 전체 대부업계 대출 잔액 7조5000여억원(작년 말 기준) 가운데 약 50%인 3조75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 대부업계 1위는 재일교포 3세 최윤(48) 회장이 운영하는 러시앤캐시, 2위는 일본 부동산회사 산와그룹이 출자해 만든 산와머니다. 일본계 대부업체의 고속 성장 비결은 국내에서 대부업이 막 태동하기 시작한 1990년대 말 싸게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시장을 선점한 데 있다.

2002년 대부업법이 제정되면서 대부업 간판을 걸고 뛰어든 토종 대부업체는 대부분 자산 규모가 100억원이 채 안 되는 사채업자였다. 원래 서민금융을 담당하던 저축은행은 몸집을 키우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주력하면서 서민 신용대출 시장을 대부업체에 내줬다. 바로 이 시장을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파고들었다.

재일교포 최 회장은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나 한국식 숯불구이 프랜차이즈점을 운영해 돈을 모아 한국 대부업계에 진출했고, 2004년 일본 상공인 자금을 끌어들여 다른 일본계 대부업체를 대거 인수합병하면서 국내 대부 시장을 평정했다.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일본 모기업이 일본에서 싸게 조달한 자금(연리 7~8% 수준)을 한국에 들여와 시장을 급속히 잠식했다. 반면 영세한 한국계 대부업체들은 국내에서 연리 12~15%짜리 자금을 조달해야 해 점차 경쟁력을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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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으로 받들었다가 '노예'취급

러시앤캐시 등 일본계 대부업체의 영업 방식 특징은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광고를 앞세워 고객을 유혹, 대출해준 다음엔 자세가 180도 달라진다는 데 있다.

은행 등 1금융권이 1~2년 뒤 부실채권을 채권추심회사에 넘기는 반면,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연체 5~6개월이면 채권추심회사에 넘겨 빚 독촉을 한다.

또 이들과 계약을 맺은 대부 중개업체들이 소비자들로부터 불법 중개수수료를 받아 챙겨도,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모르는 척해 왔다.

◇신용등급 상관없이 최고 금리 횡포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신용도를 판단해 즉시 대출해주는 첨단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은행 자동화기기(ATM)를 통해 별도 심사 없이 즉각 대출을 받을 수 있는 '24시간 대출 시대'를 여는 등 대부 시장의 선진화를 주도한 공로가 있다.

하지만 고객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무조건 법정 최고 대출이율을 적용해 폭리를 취하는 방식으로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고객 신용등급을 무시한 채 대출자의 99%에게 최고 금리를 물렸고, 대부 중개업체를 통해 대출해 주면서 소비자들에게 불법 대출 중개수수료까지 부담시키는 횡포를 부려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