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금(金)이 '안전자산'이 아닌 것일까? 금값이 이상하다. '영원한 안전자산'으로 불리면서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높은 인기를 누려 왔던 금이 이번엔 마치 '위험자산'이 된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와중에서 금을 외면했던 투자자들은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자 도리어 금을 사들이고 있다.
◇주가 내려가자 같이 떨어지는 금값
지난 1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12월물은 전날보다 온스당 13.40달러(0.8%) 하락하며 1711.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은 그리스의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가 유럽연합(EU)이 제시한 2차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겠다고 언급해 유럽과 미국 주가가 급락했던 날이다.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다시 심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졌지만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금 투자를 외면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COMEX에서 금 선물가격은 지난 8월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지만 9월 이후 큰 폭으로 내렸다. 9월 초 그리스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사태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지만 이전까지 안전자산으로 취급됐던 금값은 도리어 하락했다.
9월 한 달간 금가격은 11% 이상 하락했다. 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점차 안정을 되찾은 10월 들어서는 오히려 가격이 상승했다. COMEX에서 금 12월물은 지난달 31일 1724.20달러를 기록해 9월보다 가격이 6% 넘게 올랐다. 9월 전까지 안전자산으로 인식됐던 금값이 위험자산인 주식이나 산업용 원자재들과 비슷한 가격 흐름을 보인 것이다.
◇차익 실현 때문이라는 분석 많아
전문가들은 금이 위험자산처럼 움직이는 이유에 대해 '차익 실현'이라는 이유를 댄다.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일단 금을 팔아 돈을 마련한 후 다른 안전자산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22일 COMEX에서 금 12월물은 온스당 1888.7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신용 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공포심을 느낀 투자자들이 당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금을 앞다퉈 매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9월 초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가 심화돼 글로벌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헤지펀드를 비롯한 금융사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되자 이들이 이번엔 현금 확보를 위해 금을 내다 팔고 미국 국채를 매입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달러 가치가 오른 점도 금값의 흐름을 바꾼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9월 한 달간 미국 달러인덱스는 73.99에서 79.07로 올라 6.9% 상승했다. 반면 10월에는 글로벌 증시가 다소 안정을 찾으면서 달러인덱스가 76.3을 기록해 3.5% 떨어진 반면 금값은 6% 이상 올랐다.
일반적으로 금값은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특징을 보인다. 금은 인플레이션 회피자산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통화 가치가 내리면 투자 수요가 몰리지만, 반대로 통화 가치가 올라가면 약세를 보이는 것이다.
◇점진적 강세 보이리라는 의견 많아
전문가들은 금값이 장기적으로는 다시 '안전자산'처럼 움직이리라고 본다.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와 함께 글로벌 경기가 하강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결국 전통적인 안전자산 중 하나인 금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석진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각 나라가 통화 완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을 계속 시도하면 금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