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인천 부평동 부평시장 근처의 빌딩 한편에서 특별한 개업식이 열렸다. 개업 떡이 차려지고 다과가 준비되고 여러 사람이 북적거리는 모습은 여느 개업식과 다르지 않았지만, 가게의 주인공이 조금 달랐다. 중소기업청의 저소득 창업인큐베이터 구축사업의 첫 번째 주인공인 문은숙(28) 씨는 휠체어를 타고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있었다.
'넘어지고 쓰러지는 것은 일어나고 다시 도전하라는 삶의 이치이다'
대학 졸업 후 멋진 말로 이력서를 시작하고 싶어서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에 문 씨가 찾아낸 말이다. 문 씨는 이 말처럼 넘어지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서 도전하는 삶을 살았다. 여섯살에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문 씨는 오히려 장애아동을 돕기 위해 언어치료라는 전공을 택했다. 문 씨는 "아버지께서 어릴 때부터 '네가 받은 것은 다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며 "힘든 시기가 있을 때마다 여러 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받았고 이제는 그 손길을 제가 내밀고 싶다"고 말했다.
문 씨는 중기청과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인천 부평동에 135m²(약 41평) 크기의 아이누리 아동발달센터를 차렸다. 대학 때 전공한 언어치료를 활용해 장애아동과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곳이다. 그는 "재활치료는 장애아동과 적절하게 성장하지 못하는 아동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며 "하지만 다른 곳에서 강사로 일할 때는 치료 교구나 서비스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 이곳에서는 돈을 버는 것뿐만 아니라 더 좋은 치료환경을 제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원래부터 문 씨가 사업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 대학을 졸업했을 때는 취업도 준비했다. 하지만 사회는 장애인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늘 서류는 통과했지만 면접에서는 떨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결국 문 씨는 더 공부를 하기로 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는 그때를 회상하면서 "대학원 동기들과 함께 일하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대학에서 배운 언어치료로 강사 등을 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문 씨는 다시 취업 준비를 하지 않고 사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친언니인 문승숙 씨가 함께했고, 아버지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올해 초부터 사업 준비를 시작한 문 씨는 1년도 안 돼서 개업식까지 멋지게 치러냈다. 문 씨의 사업계획서를 평가한 중기청 관계자는 "중증 지체장애 1급이지만 전문적인 지식과 사업에 대한 열의, 계획이 뛰어나 지원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제 문 씨의 다음 목표는 2호점을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할인이벤트를 준비하고, 홍보 계획을 짜느라 쉴 틈이 없었다. 개업식이 끝나고 나서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틈도 없이 은행으로 향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사업을 준비하는 다른 장애인들에게 조언할 말은 없느냐고. 그는 "많이 찾아보고 직접 부딪혀봐야 한다. 부딪히다 보면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자기만의 사업을 시작한 문은숙 씨는 그 누구보다 건강하고 활기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