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업체인 미리넷은 최근 태양전지 자회사 미리넷솔라의 지분매각을 검토 중이다. 태양광 산업에 뛰어든 지 6년 만에 사업을 포기하는 수순에 들어간 것.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있는 미리넷솔라는 작년 1469억원의 매출과 5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태양광 모듈 분야 기대주였다. 하지만 올 들어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에 따른 시장 불황과 무리한 시설투자 등으로 자금난에 시달려왔다.

태양광 산업을 구성하는 폴리실리콘(태양광 원재료)·웨이퍼(중간재)·모듈(완제품) 가격이 연초 대비 반 토막 나면서 태양광 산업재편이 일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태양광산업의 구조조정을 촉발한 이번 불황은 내년까지 진행될 것으로 본다. 현재 전 세계 창고에 쌓여 있는 태양광 모듈은 10GW(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광 설치 규모가 연간 20기가와트 안팎이란 점을 감안하면 절반이 재고인 셈이다.

구조조정 이어지는 태양광 산업

태양광산업의 불황은 시장가격이 말해준다.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 3월 ㎏당 78달러에서 이달 들어 39달러로 추락하고, 완제품인 모듈 가격은 같은 기간 와트당 1.75달러에서 1.10달러로 떨어졌다. 중국의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곤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는 수준이다.

미국·유럽 등의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들은 폐업과 직원 해고를 단행 중이다. 지난 8월 미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한 스펙트라와트는 생산중단과 함께 직원 120여명을 해고했다. BP솔라는 미 메릴랜드 제조 공장을 폐쇄했으며, 에버그린 솔라는 올 들어 925명 직원 중 800명을 정리해고했다. 솔라월드 등 7개 미국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가 지난 19일(현지 시각) 저가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물릴 것을 미 상무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우리도 사정은 좋지 않다. 국내 최대 태양광 모듈 사업을 벌이는 현대중공업의 그린에너지사업부는 올 상반기 2178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 사업부의 올해 매출 목표는 1조원이었다.

살아남는 기업이 시장 독식할 가능성

이대로 가면 소수의 기업만 살아남아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폴리실리콘 세계 1위 OCI의 올 3분기 폴리실리콘 부문 영업이익률은 36%였다. 전 분기 50%에서 떨어졌을 뿐,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여전하다. 독일 바커·미국 헴록·중국 GCL 등이 OCI와 비슷한 수준이다. 완제품인 태양광 모듈에서는 잉리·트리나 등 중국의 업체 3~4곳에서 지속적으로 매출액 10%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삼성·LG·한화 등 태양광 투자를 검토하거나 진행 중인 한국 대기업들은 중국 대형 기업과 비교해서 경쟁력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기관 솔라앤에너지 김광주 대표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중국 대형업체의 경쟁력을 이길 수 없는 기업을 중심으로 업계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