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쉐보레의 중형차 '말리부' 1호 차가 세상에 나왔다. 말리부는 컨슈머 다이제스트가 선정한 '가장 사고 싶은 차'에 2009년부터 3년 연속 선정된 쉐보레의 베스트 셀러. 1964년부터 총 850만대의 말리부가 팔렸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가장 오래된 중형차 모델이기도 하다. 이번에 나온 말리부는 8번째 모델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8세대 모델을 가장 먼저 생산하고 판매한다. 말리부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 판매될 예정. 미국에서는 햄트래믹 공장 등에서 생산돼 2013년 출시된다. 8세대 말리부 개발에는 한국 연구진과 디자인팀도 참여했다. 김태완 한국GM 디자인총괄 부사장은 "뒷부분 램프에 쉐보레의 대표 스포츠카인 카마로의 디자인을 적용한 것은 우리 디자인팀의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 핸들링 정숙성 '합격점'‥가속반응은 한박자 늦어
마이크 아카몬 한국GM 사장은 8세대 말리부의 장점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탁월한 승차감과 핸들링, 그리고 정숙성이다. 아카몬 사장은 "말리부 안에 있으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밖에도 GM은 역동적이면서 균형잡힌 디자인과 각종 첨단기술이 집약된 점을 들어 말리부가 중형차 시장의 판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말리부는 2L(리터)와 2.4L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2.0 모델은 141마력, 2.4모델은 170마력의 힘을 갖고 있다. 제동을 할 때나 코너를 돌 때 신속하고 정교하게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전자식 주행 안전 제어장치가 장착됐다. 급제동시 네 바퀴에 골고루 제동력을 분산해주는 EBD-ABS, 차량의 속도에 따라 엔진 구동력을 조절하는 TCS 등도 적용됐다. 차량이 고속에서 깜빡이를 켜거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상태로 주행하다 차선을 넘어가면 경보음이 울리는 차량이탈경보시스템도 동급 최초로 채용됐다. 연비는 2.0의 경우 L당 12.4㎞ 정도다.
차량 안팎을 살펴보면 우선 전폭이 1855mm로 동급 차량 중 가장 길다. 전면에는 웅장한 느낌이 나는 듀얼 포트 그릴이 중형차의 중량감을 보여주고 트렁크 중앙에 보조 제동등도 달렸다. 시트는 12방향으로 조절돼 허리까지 편안한 상태로 맞출 수 있다. 큼직한 내비게이션 아래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내비게이션이 직각으로 올라가며 안쪽에 넓은 수납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 한국에서 특허를 가진 기술이다. 545L의 트렁크도 동급 최대 크기다. 각종 버튼은 깔끔하게 마감돼 있지만 일부는 야무지지 못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지난 21일 창원 중앙역에서 부산 파라다이스호텔까지 약 70km 구간을 2시간에 걸쳐 시승해봤다. 시승에 사용된 차량은 2.0LTZ 모델. 이날 부산 일대는 비가 많이 왔다. 시동을 걸기 위해 버튼을 누르자 경쾌한 시동음이 들렸다. 조용하게 출발한 차는 핸들을 돌리는데 부드럽게 반응했다. 무겁지 않으면서 너무 가볍지도 않은 느낌. 속도를 높여도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브레이크는 예민하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급제동을 하고 싶으면 약간 깊숙이 밟아야 한다. 조금씩 미리 밟은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쏘나타·K5·SM5 '게 섰거라'‥중형차시장 격전 예고
고속도로에서의 주행은 무난한 수준이었다. 아카몬 사장의 말대로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추월을 위해 급가속을 시도했다. 반응은 한 박자 느리고, 1분당 엔진 회전수(rpm)가 5000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한국GM 기술연구소장인 손동연 부사장은 "자동차가 튀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튜닝을 했다"면서 "변속을 할 때도 약간 시차가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스포티한 드라이빙 보다는 정숙하고 안정감 있는 주행에 맞춰진 차라는 설명이다. 가속이 늦게 시작되긴 했지만, 빗길에서도 안정감 있게 속도를 올릴 수 있었고, 코너링도 합격점을 줄 만했다. 앞쪽 계기판에는 순간 연비와 평균연비 등 주행정보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표시된다.
야간에는 부산 황령산을 올라봤다. 구불구불하고 제법 경사가 있는 코스가 많은 구간이다. 이날 비 때문에 안개도 자욱했는데, 헤드램프가 밝아 비교적 시야를 잘 확보할 수 있었다. 실내 분위기도 오션블루 색상의 은은한 무드 조명이라 괜찮았다.
빗길 경사로에서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보니 부드러우면서도 정확한 방향 전환은 역시 인상적이었다. 다만 속도를 높여 오르다 보면 변속이 다소 늦은 점은 또 한 번 느껴졌다. 변속기 손잡이에 있는 수동 버튼을 잘 활용하면 무리는 없을 듯하다. 내리막길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잘 제동되는 성능은 안정감을 줬다.
안쿠시 오로라 한국GM 판매·AS 담당 부사장은 8세대 말리부 경쟁 모델로 현대의 쏘나타와 그랜저, 기아의 K5, 르노삼성의 SM5를 꼽았다. 한국GM은 내년부터 유럽과 중동 등에 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